미·중 무역전쟁이 중대 변곡점을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90일간의 '휴전'에 합의한 이후 고무적인 신호가 잇따르던 가운데 터진 화웨이 사태가 새 국면에 돌입하면서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캐나다 밴쿠버 브리티시컬럼비아 법원은 이날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대한 보석을 허용했다.
미국은 도주 위험이 크다며 캐나다에 멍 부회장의 보석 불허와 신병인도를 요청해왔다. 멍 부회장이 미국에서 유죄를 인정받으면 최대 3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멍 부회장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캐나다 법원의 보석 결정이 멍 부회장 신병 인도와 관련한 긴 법정 공방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캐나다가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지만, 특정인의 송환이 성사되기까지는 수개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당국이 멍 부회장의 신병을 넘겨 받으려면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더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대한 직접 개입 의지를 나타낸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이날 로이터에 "이 나라에 좋은 건 뭐든 하겠다"며 중국과의 관계가 더 나빠지는 걸 막기 위해 멍 부회장에 대한 법무부 수사에 개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멍 부회장을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협상카드로 쓸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도 대중 무역협상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이번 사태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라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전쟁은 지난 1일 양국 정상의 휴전 합의 이후 소강상태를 맞았다. 90일간의 협상을 전제로 미국은 추가 폭탄관세를 미루기로 했다. 회담 이후 세계 양강(G2)의 무역갈등이 누그러질 수 있다는 기대가 고조됐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회담 성과를 뽐낸 게 주효했다. 미국은 중국이 자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산업 관련 제품을 상당량 구매하고, 폭탄관세 보복 차원에서 중단한 농산물 수입도 즉각 재개하기로 했다는 등 중국이 확인해주지 않은 정보를 일방적으로 흘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트위터에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40%의 관세를 궁극적으로 없앨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날도 한 회견에서 "중국이 엄청난 양의 대두를 사들이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대두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내세운 대표적인 보복 표적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전날 전화통화를 통해 무역협상을 재개하며 낙관론에 힘을 실어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 류허 중국 경제담당 부총리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통화에서 미국산 자동차 관세 인하(40→15%)와 대두를 비롯한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수입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미국 인터넷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마침내 고무적인 신호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화웨이 사태가 여전히 전망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 사태를 협상카드로 삼아 미·중 무역갈등 수위 조절에 나설지, 오히려 갈등을 더 부추길지 종잡을 수 없다고 우려한다.
BI는 미국이 중국 무역·경제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미·중 무역협상이 휴전 기간 안에 타결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