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인권 실태를 문제 삼아 북한의 고위급 핵심 인사 3명을 대북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화와 제재라는 투트랙을 유지하면서 '선(先) 비핵화·후(後) 제재 완화'라는 현행 대북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등 외신의 1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제재 명단에 오른 사람은 사실상 북한의 2인자로 평가되는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노동당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 등 3명이다. 북한의 인권 유린 등에 대한 대통령 행정명령 13687호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인권 문제는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단골 카드다. 북한이 핵 실험 등으로 도발할 때마다 미국은 인권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미 하원이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 후 사망해 충격을 안겼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이름을 딴 초강경 대북제재안을 통과시킨 것도 같은 맥락으로 통한다.
제재 명단에 오르면 미국 내 자산 동결, 미국인 및 미국 기업과의 거래 중지 등의 조치가 내려진다. 현재 북·미 간 거래가 거의 없는 점에 비춰 보면 실질적인 제재라기보다는 사실상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한 지점을 차지하기 위한 대북 압박 조치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CNN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한과의 협상에 시한을 설정하지 않겠다면서도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제재 조치를 통해 '최대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의 운영자인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은 "이번 조치가 당장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라는 당면한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핵화 방식과 범위를 두고 북·미 간 입장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번 제재가 나오면서, 북한 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2차 북·미 회담 시기를 내년 1~2월께로 예고했지만 북한의 입장에 따라 변동이 생길 수 있는 탓이다. 제재 해제를 주장해왔던 북한으로서는 반발할 여지가 충분하지만, 최근 북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유화 제스처를 보인 만큼 감정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백악관 안팎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