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APEC 성명 채택 불발, 중국 환구시보 "미국 우선주의에 美가 타격"

2018-11-1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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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첫 정상회의 개최 후 처음, 시진핑-펜스 '설전' 등이 배경

환구시보 "미국 우선주의 결과 참담할 것, 희망은 있다"

펜스 발언에 발끈한 중국, 외교부 "일대일로로 빚더미 앉은 나라 없다"

파푸아뉴기니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주석. [사진=EPA/연합]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번졌다. APEC 회의 마지막 날 관례대로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않고 대신 의장성명을 내기로 한 것.

이번 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설전을 벌인 것 등이 영향을 줬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8일 보도했다. 공동성명 채택이 불발된 것은 지난 1993년 첫 정상회의 개최 이후 처음으로 미·중 무역전쟁의 그림자가 APEC 무대까지 뒤덮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9일 이와 관련해 사평을 게재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비판했다. 하지만 희망은 남아있다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성사될 시터후이(習特會, 시진핑과 트럼프의 만남)에 기대를 걸었다.

환구시보는 "WTO를 만든 미국이 이를 뒤집으려 하고 있다"면서 "이는 미국이 국제적 원칙을 맞으면 준수하고 맞지 않으면 버린다는 우려를 키우고 이는 국제질서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행위"라며 입맛대로 바꾸려는 미국을 비난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의 개최국인 파푸아뉴기니 피터 오닐 총리는 폐막 기자회견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개혁과 관련해 이견이 있었다"고 공동성명 불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누가 반대했느냐는 질문에 "두 '거인'이 누구인지 알지 않느냐"고 반문해 미중 양국 간 갈등이 첨예했음도 시사했다.

오닐 총리는 "전 세계가 (미중 갈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P통신은 "미국이 제안한 공동성명 초안에는 불공정 무역 관행과 중국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전했다.

환구시보는 "일부 미국 엘리트들이 중국이 현존 국제체제의 최대 수혜자라고 말하지만 이는 완전히 틀린 것으로 미국 자신의 문제를 너무나도 주관적으로 중국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면서 "현 국제체제를 바탕으로 미국은 국제적 리더십을 갖게 됐고 또 달러가 국제 기축통화의 지위도 얻었다"고 지적했다. 이 상황에서 미국이 이 체제를 무너뜨린다면 장기적으로 미국이 가장 큰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동성명 채택이 불발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며 곧 아르헨티나에서 이뤄질 미·중 정상회담을 언급하고 미국이 '실사구시'의 태도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음은 앞서 시 주석과 펜스 대통령의 정면충돌로 확실히 드러났다.

펜스 부통령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취 행위를 비난하고 일대일로(육·해상실크로드)로 중국의 차관을 받은 국가가 '부채의 바다'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을 비난하고 일대일로는 패권 추구가 아니며 상대국이 빚더미에 앉지도 않는다고 반박했다.

중국 외교부는 물론 관영언론도 발끈했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중국은 개도국과의 협력 등 국제협력을 추진함에 있어 현지 경제·사회 발전을 최선을 다해 돕고자 한다"면서 "지금까지 중국과의 협력으로 부채문제를 겪은 나라는 없었다"고 밝혔다.

오히려 중국과의 협력으로 자주발전 능력과 수준을 높이고 현지 국민의 삶이 더 나아지면서 다수의 개도국 정부와 국민들이 중국과의 협력을 반기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화 대변인은 또 "중국은 관련국이 다른 나라에 이래라저래라 간섭하지 말고 자신의 말과 행동부터 일치시키길 바란다"면서 "모든 국가를 평등하게 대우하고 각각 발전의 정도에 따라 발전방식을 선택할 권리를 존중하며 개도국을 위해 실질적 도움을 줄 것을 건의한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또 "누가 이기고 지는 식의 해결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으로 이견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17일 사평을 통해 "펜스가 비난한 중국은 오히려 미국의 모습"이라고 일침했다. 이웃국과 협력할 때 정치적 조건을 내세우는 것은 오히려 미국이며 미국이야 말로 중국의 주권을 존중하고 평등한 태도를 보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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