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주가가 폭락하고 규제에 휘청거리고 있는 홍콩 '황제주' 텐센트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표를 내놓으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당국 규제 등에 예상대로 게임 매출은 감소했고 SNS, 인터넷 광고는 물론 클라우드 등 매출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14일 저녁(현지시간) 텐센트가 발표한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4% 급증한 805억9500만 위안(약 13조1400억원), 순이익은 30% 늘어난 233억3300만 위안으로 시장 기대를 웃돌았다고 홍콩 봉황망은 전했다. 비일반회계기준(Non-GAAP) 순이익은 15% 늘어난 197억1000만 위안으로 집계됐다.
◇ 게임은 '부진', 클라우드 등 新사업 뜬다
실제로 당국 규제 등에 타격을 받은 온라인 게임 매출이 258억1300만 위안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4% 감소했다. 올 상반기만 해도 텐센트의 온라인 게임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6% 증가했다. '
텐센트 측은 PC 게임 유저가 줄어든 것을 매출 감소의 원인을 꼽았는데 모바일 게임으로의 '이동'이 일정 부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3분기 텐센트 모바일 게임 매출은 195억 위안으로 7% 증가했지만 PC 게임 매출은 124억 위안으로 무려 15% 급감했다.
게임 매출 부진과 함께 처음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매출을 공개한 것도 눈길을 끈다. 올 1~3분기 매출은 약 60억 위안이다.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은 "텐센트의 광고, 디지털 콘텐츠, 결제와 클라우드 서비스 등 사업은 여전히 빠르게 성장 중이며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면서 "이제 텐센트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텐센트는 지난 2016년 2분기부터 클라우드 사업 부문과 제3자 결제서비스 등을 묶어 '기타' 부문 매출을 공개했고 지금까지 세자릿 수 초고속 성장세를 이어왔다.
2016년 3분기와, 4분기에는 증가율이 348%, 289%에 육박했다. 올 1분기에도 111% 급증한 159억6200만 위안을 기록했으며 2분기는 174억96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대비 81% 증가했다. 두 자릿 수 증가율로 크게 둔화됐지만 여전히 매우 가파른 성장세다. 특히 클라우드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3분기 처음으로 분리해 실적을 공개했다.
위챗 등 SNS 매출은 19% 증가한 182억3600만 위안, 온라인 광고수입은 47% 폭발적으로 증가한 162억4700만 위안, 전자결제서비스 등 기타 매출은 69% 늘어난 202억9900만 위안으로 집계됐다.
◇ 주가 폭락에도 여전한 기대감, 돈 몰린다
가파른 성장세에 알리바바와 함께 아시아 '대장주'를 다투던 텐센트의 기세는 올 들어 크게 꺾였다.
미·중 무역전쟁, 중국 경기 하방압력 증가 등에 전반적으로 중국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올 1월 최고점인 475.6 홍콩달러에서 지난 10월 31일 최저점인 251.4 홍콩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14일 마감가는 0.8% 하락한 272.8 홍콩달러로 연고점 대비 낙폭은 42.8%에 육박한다. 게임산업 규제 등의 영향으로 2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것도 타격이 컸다.
하지만 주가 부진, 불확실성 증가 등 속에도 최근 텐센트로 다시 돈이 몰리는 분위기다. 14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홍콩증시로 투자하는 강구퉁이 순유출 흐름을 보였지만 텐센트로는 1억8600만 홍콩달러가 순유입됐다. 이는 최근 4거래일 연속 순유입세를 유지한 것으로 누적 순유입액이 9억3000만 홍콩달러에 이른다.
텐센트 상황이 과거보다 나빠졌지만 대형 투자은행(IB) 상당수가 여전히 '투자할 만 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앞서 중국국제금융공사(중금공사)는 텐센트 목표 주가를 16% 낮춘 365 홍콩달러로 조정하면서도 여전히 '매입' 평가를 고수했다. 이 외에 골드만삭스, 도이치방크, 메릴린치 등도 '매입'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21세기경제보도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최근 증시를 보면 돈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업계의 '테마'가 부족하다"면서 "이런 면에서 볼 때 텐센트는 여전히 가장 좋은 투자대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