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두고 관련 제도 정비에 선제적으로 나서자, 업계는 환영의 뜻을 내비치면서도 ‘지속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8일 ‘자율주행차 분야 선제적 규제혁파 로드맵’을 발표하자, 산업계는 자율주행차 산업 트렌드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고무적인 반응이다. 무엇보다 기업은 신기술과 신산업 분야에서 예측 가능성이 제고되면서 투자 불확실성 해소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한 자율주행차 로드맵은 기존 규제혁신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신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규제 접근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래에 예상되는 각종 규제를 단계별로 미리 정비하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영국 등 자율주행차 선진국은 기술개발과 일부 법·제도 개선에 있어 우리나라에 비해 앞선 상황이나, △미래예측 △융합연구 △연동계획을 통한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규제혁파 로드맵 설계는 우리나라가 가장 혁신적인 시도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정부는 자율주행차 발전단계를 고려해 단기과제 15건, 중기과제 10건, 장기과제 5건 등 2035년까지 진행하는 총 30건의 과제를 마련했다.
우선 단기과제를 통해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 주행하는 상황에 대비해 도로교통법을 개정, 운전자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자율주행시 각종 의무와 책임주체를 설정하기로 했다.
중기과제는 운전자가 시스템의 개입 요청에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자율주행이 이뤄지는 ‘고도자율주행’에 대비하고, 장기과제를 통해 모든 구간과 상황에서 자율주행이 이뤄지는 ‘완전자율주행’을 준비한다.
결국 자율주행차 산업 트렌드 변화에 맞춰 관련 제도의 기본 개념부터 후속 조치까지 선제적으로 대응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동차관리법, 도로법, 도로교통법, 형법 등 수십개의 법령과 규정이 개정될 전망이다.
이번 시범구축의 방법론을 활용해 수소·전기차, 에너지 신산업, 드론 등 타 신산업 분야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선제적 규제혁파 로드맵을 구축한다는 계획은 향후 4차 산업혁명 신산업의 융복합적 성장 생태계를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도 기대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규제 완화 정책이 실제 로드맵대로 추진되기 위해 세부적인 의견조율과 추가 점검할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차 규제혁파 시범모델의 취지는 상당히 진일보한 의미있는 첫걸음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이를 위해 많은 부처가 매달렸지만 정작 환경부와 산업부는 빠져 있는 것은 옥에 티다. 일선에 있는 기업이나 민간의 목소리도 얼마나 반영됐는지 따져보고, 의견조율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대통령 단임제이기 때문에 매번 장기정책이 정권이 바뀌면 뒤엎어지고 만다”면서 “정책의 완성도를 위해선 무엇보다 지속 가능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