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 중앙은행(RBI)의 우르지트 파텔 총재가 나렌드라 모디 정부와의 갈등으로 인해 사퇴할 수 있다는 루머가 불거졌다. 인도 루피도 덩달아 흔들리는 모습이다.
최근 신흥국 통화 위기가 다소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루피 가치는 사상 최저치 부근을 지키고 있다. 10월 31일(현지시간) 달러/루피는 2주 만에 다시 74루피를 돌파하면서 74.085루피까지 올랐다. 루피 가치는 떨어진 것이다.
아룬 제틀리 인도 재무장관은 발끈했다. 장관은 31일 성명을 발표하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이미 필수적으로 인정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정책 당국과 폭넓은 논의를 하고 사안에 대해 평가하고 가능한 해결책을 제안할 권한이 있다”면서 “앞으로 계속 이 같은 방침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인도 정부와 RBI는 여러 사안을 두고 이견을 노출하고 있다. 일례로 내년 총선을 앞둔 모디 정부는 11개 국영 은행들의 대출규제 완화를 통한 중소기업 지원을 원하지만, 이를 관장하는 RBI는 이미 1500억 달러(약 17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악성부채 문제가 악화될 것을 우려해 꺼리는 입장이다.
문제는 인도 정부의 RBI의 최근 갈등이 경제가 마주한 복잡한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신흥국들은 자본이탈 위험에 놓이고 글로벌 경제도 둔화하고 있다. 고공행진하는 유가도 원유 순수입국인 인도에 부담이긴 마찬가지다. 이미 인도 루피 가치는 올해에만 달러 대비 15% 이상 떨어졌다.
애널리스트들은 둘의 갈등이 계속 이어질 경우 인도의 인플레 상방 압력이 높아지면서 경제 성장률도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2분기 인도는 전년비 8.2%의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쉴란 샤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의 신뢰도가 떨어질 경우 지난 수년 간 RBI가 성공을 거두었던 인플레 통제에도 위해를 가할 수 있다”며 “인도 정부가 위험한 길을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인도 정부와 RBI와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파텔 총리의 전임자인 라구람 라잔 전 총재 역시 투명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다가 거센 정치적 공세에 시달리며 2016년 첫 임기만 마친 채 물러난 바 있다. 당시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은 라잔 총재가 금리인하를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애국심을 문제 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