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제 통상관계의 최대 화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다. 세계 경제주도권을 놓고 양국 간 몸싸움이 뜨겁게 진행되며 국제 통상관계를 혼란에 빠뜨리는 모양새다. 미·중 무역전쟁이 어떤 방향으로든 해결되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국제 통상갈등은 올해와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 첫해에는 구체적인 조치가 아닌 경고에 그쳤으나, 올해 들어서는 ‘보복관세 전쟁'으로 번졌다.
미국은 지난 7, 8월 두 차례로 나눠 1097개 품목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9월 24일부터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중국 역시 1100억 달러어치에 달하는 상대국 제품에 5∼25%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000억 달러가 넘는 전 중국제품에 고율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특히 관세전쟁은 기술전쟁으로까지 확대되는 상황이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중국 D램 제조업체인 '푸젠진화반도체'의 새로운 메모리 칩 능력이 미국의 군사 시스템용 칩 공급업체의 생존에 '심대한 위협'이라고 밝히며 수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미 상무부는 푸젠진화반도체를 소프트웨어와 기술 등의 수출을 제한하는 리스트(Entity List)에 올렸으며,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이 푸젠진화반도체 측에 수출하려면 미 당국으로부터 특별승인을 얻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이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이번 조치가 미·중 간 무역전쟁을 격화시키는 새로운 불씨가 될지 주목된다.
특히 이는 오는 3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하루 전날인 29일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자 회담을 갖기로 알려진 가운데 나온 조치라 우려는 더 커진다.
미·중 통상 협상단은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베이징과 워싱턴 DC를 오가며 네 차례에 걸쳐 담판을 벌였으나 성과는 없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류허 중국 부총리는 지난 9월 27~28일 워싱턴 DC에서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었으나, 미국이 협상 1주일 전 2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서 일정이 취소되며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진 상태다.
이번 정상회담이 미·중 무역분쟁을 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은 상황이었으나, 분위기는 다르게 흐르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대표되는 국제 통상갈등은 세계경제 성장세의 발목을 잡는 분위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OECD Interim Economic Outlook)'에서 내년 전망치를 5월 발표한 전망보다 더 낮게 잡았다. 그러면서 미·중 무역분쟁 심화와 불확실성을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문제는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관세 부과가 단순한 무역 보복 조치가 아니라, 글로벌 정치·경제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계산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당장 한국이 걱정이다. 우리나라 세계 교역량의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통상마찰은 글로벌 교역 위축을 불러와 한국의 수출 둔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한국의 대외의존도가 77%에 이를 정도로 높고 제1, 제2 수출대상국이 중국(무역비중 27%)과 미국(무역비중 12%)인 상황에서 미·중 통상마찰로 통상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엄 실장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여,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의 조속한 마무리 등 자유무역 구역을 최대한 확대해 우리의 선택지를 넓혀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