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창궐' 현빈 "이미지 소진에 대한 걱정…불안감 빠지기도"

2018-10-2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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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창궐' 이청 역을 맡은 배우 현빈[사진=NEW 제공]

숨 가쁜 행보다. 군 제대 후 영화 ‘역린’부터 ‘공조’, ‘꾼’, ‘협상’ 그리고 ‘창궐’에 이르기까지. 배우 현빈(36)은 매해 한 편 이상의 작품을 선보였다. 관객과 만나는 빈도수가 잦아질수록 그의 선택과 행보 또한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 현빈은 수많은 기대와 우려에도 흔들림 없이 저만의 ‘수’를 두고 낯설고 신선한 캐릭터로 종전의 얼굴을 지워내곤 했다.

지난 25일 개봉한 영화 ‘창궐’(감독 김성훈)은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귀(夜鬼)’가 창궐한 세상, 위기의 조선으로 돌아온 왕자 이청(현빈 분)과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절대악 김자준(장동건 분)의 혈투를 그리고 있다.

“‘창궐’의 시나리오를 읽고 ‘관객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액션적인 부분도 검을 통해 신선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보았고요. 어쩌다 보니 ‘협상’과 ‘창궐’이 한 달 간격으로 개봉하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다른 이야기, 캐릭터로 만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번 작품에서 현빈은 위기의 조선에 돌아온 왕자 이청 역을 맡았다.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로 건너가 젊은 시절을 보낸 이조(김의성 분)의 차남 강림대군 이청은 조선의 왕자이기보다 청나라의 장수로 칭송받는 인물이다. 형인 소원세자(김태우 분)의 부름을 받고 십수 년 만에 다시 조선으로 돌아온 그는 야귀가 들끓는 위기의 조선을 보고 점차 백성의 안위를 걱정하는 인물로 성장하게 된다.

영화 '창궐' 이청 역을 맡은 배우 현빈[사진=NEW 제공]


“캐릭터를 잡아나갈 때 왕위에 관심이 없고 조선의 안위에 관해 전혀 걱정이 없을 거로 생각했어요. 성군이 된다기보다는 민초를 만나며 서서히 입장과 책임감을 알아나간다고 보았죠.”

영화 중반부까지 가볍고 능청스러운 성격을 보여주던 캐릭터가 영화 말미 묵직하고 진중하게 변하는 모습은 자칫 영화의 톤 앤 매너를 망쳐버릴 수도 있었다. 현빈은 “실질적으로 이청에게 와 닿는 사건을 극대화하면서 변화해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특성상 두 시간 안에 청이의 변화를 미세하게 보여주기는 어렵다고 봤어요. 청에게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사건들을 꼽아서 그때 감정을 극대화하려고 했죠. 아버지 이조가 죽는 것을 목격했을 때와 학수(정만식 분)가 죽는 것을 보았을 때가 바로 그때에요. 청이는 아버지에게 애틋함이 없어서 (연기할 때) 감정을 덜어냈고, 아기 때부터 청이를 돌봐주었던 학수의 죽음은 크게 동요하도록 (연기해) 인물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했죠.”

일반적인 사극 말투를 쓰지 않는 것도 현빈의 철저한 계산이었다. “청나라에서 오래 살다 온 청이가 조선의 민초와 만났을 때 이질감이 있기를 바랐다”는 그는 조금씩 청이의 말투를 바꾸어나갔다.

“영화 초반 민초들과 만났을 때 청이의 말투는 일반적인 사극톤과는 많이 달라요. 이질감을 주려고 설정한 부분이에요, 반면 아버지와 말할 때는 조선 말투를 쓰는데 그마저도 완벽한 사극 말투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뒤로 갈수록 무게감을 싣는데 청이가 가진 본질적 의미가 없다면 (영화 말미에) 너무 확 바뀔 것 같아서 말투, 대사, 행동에서 청이(의 특성을)를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창궐' 이청 역을 맡은 배우 현빈[사진=NEW 제공]


캐릭터를 위해 설정을 달리한 건 말투뿐만이 아니었다. 청이 무기로 사용하는 언월도 또한 캐릭터에 맞게 재설정된 것이다.

“언월도는 (삼국지) 관우가 쓰는 검으로 유명한데 청이와는 잘 안 맞는 것 같아서 바뀌었어요. 달 모양이로 생긴 검이 실제로 (액션을 위해) 써보니 안 멋있더라고요. 타격감도 적고 캐릭터와 안 어울린다고 봤어요. 힘이 있는 움직임을 원해서 참마도로 변경하게 되었죠. 무술 배우기 직전에 설정을 바꿨어요.”

또한 영화 ‘창궐’에서 화제를 모았던 것은 현빈과 장동건의 만남. 사적으로 오랜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한 번도 작품에서 만난 적이 없기에 이번 작품의 호흡에 대한 기대감도 컸던 터.

“(장동건) 선배님과 호흡은 생각보다 더 편했어요. 선배님께서는 ‘우려가 컸다’고 하시더라고요. 친하고 편해서 눈을 보고 연기하는 게 걱정이 된다고요. 저는 기대감이 더 컸지만요. 친분관계를 떠나 어릴 때 TV에서 보고 자랐던 분과 연기를 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가 있었어요. 물론 우려가 전혀 없던 건 아니에요. 정말 친하니까요. 이게 현대물이라면 우려하던 바가 일어날 수도 있었겠지만 사극이다 보니까 감정 몰입이 더 잘 되더라고요. 분장의 힘이 컸던 거죠. 연기하려고 맞닥뜨렸을 때 장동건이라는 형은 사라지고 김자준이 앞에 서 있었어요. 그 덕에 편하게 연기했던 것 같아요.”

장동건과의 만남뿐만 아니라 영화 ‘공조’를 함께한 김성훈 감독과의 재회도 궁금증이 컸다. 지난 작품에서 현실 밀착형 액션을 선보였던 두 사람이 사극 그것도 크리처 장르로 만나게 되었으니. 영화 팬들의 호기심은 극에 달할 수밖에.

“‘공조’를 찍을 땐 ‘공조’가 너무 힘들었는데, ‘창궐’을 해보니 ‘창궐’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하하하. ‘공조’는 살상 무기가 콘셉트라면 ‘창궐’은 살아남기 위해 액션을 벌이는 콘셉트였어요. 그 와중에 힘도 느껴져야 하고 끊임없이 야귀를 죽여나가야 한다는 게 큰 차이점이었죠. ‘공조’는 일대일로 싸워왔지만, ‘창궐’은 일대 다수여서 싸울 때도 보기에도 아주 달랐어요.”

모든 액션이 그러하지만, 이번 작품은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야귀 캐릭터의 특성상 조금만 실수를 해도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긴장할 수밖에 없었어요. 야귀가 누군가를 물려고 입을 먼저 내밀고 있다는 설정이라서 자칫 잘못했다가는 (야귀 배역의) 배우들이 다칠 수도 있었거든요. 거리가 안 맞거나 몸짓이 안 맞으면 크게 다칠 수도 있어서 조심하려고 했어요.”

영화 '창궐' 이청 역을 맡은 배우 현빈[사진=NEW 제공]


지난 ‘공조’부터 ‘창궐’에 이르기까지. 스턴트맨 없이 직접 액션에 임하는 현빈은 “직접 액션에 임해야 합이 잘 맞는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고생을 즐긴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동건 형은 제게 ‘즐기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하하하. 현장에서 찍고 편집으로 보더라도 볼거리가 만들어지니까. 관객에게 볼거리를 드릴 수 있다는 것에 즐거운 마음이 들어요. 힘든 액션을 할수록 성취감도 있는 것 같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직접 하고 싶어 하는 스타일이라서 연기에 임하는 저나, 보는 분들에게도 좋을 거예요.”

끊임없이 작품 활동에 매진 중인 현빈. 배우로서의 고민 역시 있을 거라 짐작했다.

“‘공조’, ‘꾼’, ‘협상’ 등등. 작품을 연달아서 하다 보니 제가 소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어요. 뭔가를 보여드리는 일이 저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작품을 찍어야 하는 건가 고민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무엇이 정답일지는 모르겠어요. 시기에 대한 고민인 것 같아요.”

그는 “배우로서 불안감이 들기도 한다”며 관객들에게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욕심에 빠져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계속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욕심이 들면서도 그게 제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또 만족하지 못했을 때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지금은 올라가는 게 좋지만 잘 내려오는 일 또한 관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잘, 내려오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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