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지훈이 말하는 '암수살인' 태오役…"다리 꼬는 방향까지 계산"

2018-10-1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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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수살인' 속 태오 역을 맡은 배우 주지훈[사진=쇼박스 제공]

고독한 황태자(드라마 ‘궁’)부터 복수를 준비하는 변호사(드라마 ‘마왕’), 한순간에 악기제작회사의 장남이 되어버린 고아(드라마 ‘다섯 손가락’), 친구의 어머니를 죽인 보험설계사(영화 ‘좋은 친구들’), 의리와 충성 사이에서 줄을 타는 형사(영화 ‘아수라’), 저승 차사(영화 ‘신과함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온 배우 주지훈(36)에게도 영화 ‘암수살인’(감독 김태균) 속 살인범 태오는 쉽지 않았다.

살인혐의로 수감된 상태에서 형사인 형민에게 추가 살인을 자백하고 원하는 바를 얻어내면서 알 듯, 모를 듯한 행동으로 혼란을 자아내는 태오는 강렬하고 자극적인 동시에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지훈은 답을 모르는 문제를 접어두고 감독에 대한 신뢰, 작품에 대한 애정, 노력과 집중력으로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극 중 강태오는 관객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고, 입소문을 탄 영화는 개봉 15일째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장기 흥행에 접어들었다. 오래 공들여 푼 흔적이 가득한 영화 ‘암수살인’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주지훈과 만나 나눠볼 수 있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나눈 주지훈의 일문일답이다

영화 '암수살인' 속 태오 역을 맡은 배우 주지훈[사진=쇼박스 제공]


이제까지 맡은 역할 중 가장 센 역할이었다. 강렬한 태오의 모습이 선연하다
-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부담감도 있었다. 영화 시나리오는 재밌는데 제가 부족하거나 관객에게 외면을 받게 될까 봐 걱정이었다. 큰 도전이라 고민이 많았는데 김윤석 선배님이 캐스팅되셨다고 하니 갑자기 안정되더라.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마음이 있었다.

시나리오 속 태오의 첫인상은 어땠나?
- 가벼운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읽을 때와 출연하겠다고 말한 뒤 체크 목적으로 읽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시나리오는 소설처럼 잘 읽혔다. 글을 봐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그리려고 하는 걸까?’하는 궁금증이 컸다. 장르적으로도 양극단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아이디어 회의가 많았다. 진짜 세게 표현해보기도 하고, 지금처럼 절제하기도 했는데 현재의 모습이 최종 결론인 셈이었다.

감독님이 태오에 관해 주문한 것은 무엇이었나?
- 특정 주문보다는 아주 정교하고 디테일하게 태오 캐릭터를 잡아주셨고 저도 그에 응했다. 글을 쓸 때부터 계산이 되어있었던 캐릭터인 만큼 공동집필을 맡은 곽경택 감독님과 연출하신 김태균 감독님의 말을 따랐다. 즉흥적 연기 같다고들 하시는데 다리를 오른쪽으로 꼬는지, 왼쪽으로 꼬는지까지 다 계산되어있을 정도였다.

하나하나 세세하게 디테일이 짜여있다면 연습량 또한 엄청 났겠다
- 그랬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써야 할 시간이 있는데 거기에 집중력과 노력을 더 쓰면 되는 거다. 어차피 써야 하는 시간은 똑같다. 어차피 해야 할 거 기분 좋게 하는 거다.

영화 '암수살인' 속 태오 역을 맡은 배우 주지훈[사진=쇼박스 제공]


지난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이렇게까지 디테일한 캐릭터가 있었나?
- 이렇게까지 해본 적은 없다. 이번 작품은 거의 신인 때처럼 하나하나 동선을 짜고 그대로 연기했다. 거기다 사투리 연기기 때문에 감정 표현이 달라져서 저의 아이디어를 제시한 수도 없었다.

캐릭터 설정들도 디테일 했을 것 같은데
- 태오의 외형은 제가 만들었다. 대본이 철저한 계산으로 짜여있어서 다른 부분은 아이디어를 낼 수 없어도 삭발이나 노메이크업 정도는 제안할 수 있었으니까. 대본 중 ‘태오 특유의 걸음걸이’라는 지문이 있었는데 “태오 특유의 걸음걸이가 뭐냐?”고 묻자 감독님은 “네가 만들어 와야지”라고 하더라. 그런 부분들은 제 생각을 입혀서 만들어보았다. 나태하고 허세스러운 것이 태오답다고 생각했고 감독님도 마음에 들어 했다.

사투리 연기는 어땠나?
- 제작과 공통집필을 맡은 곽경택 감독님과 김윤석 선배님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특히 곽 감독님은 거의 매일 만나면서 사투리 수업을 들었다. 연극 연습처럼 서로 연기를 펼치면서. 하하하. 특히 경상도 사투리는 열 사람이 있으면 조금씩 다 다르기 마련이더라. 그런데 재밌는 건 아닌 건 다 똑같이 아니라고 한다. 그 ‘아닌 것’의 범주에 들지 않으려고 연습을 거듭했다.

태오는 감정이입 자체가 불가능한 캐릭터인데
-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 쉽게 생각했다. 다른 캐릭터는 상상하고 고민할 여지가 있는데 태오는 사람을 죽이고 무참히 토막 내는 살인범이지 않나. 그의 마음을 전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그의 심리를 깊게 쫓으려 하지 않았다. 심플하게 ‘이런 놈들이 있다’고만 생각했다. 실제로도 일어나는 일이니까. 다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사람이 있다고.

영화 '암수살인' 속 태오 역을 맡은 배우 주지훈[사진=쇼박스 제공]


‘암수살인’은 관객이 기대하는 스릴러와는 거리가 멀다. 자극적이거나 통쾌한 부분도 없으니까
- 그런 걱정은 무의미하다. 요즘 관객의 성향이랄까? 작품을 받아들이는 관점이 달라졌다. 우리끼리는 강렬하다고 생각했는데 관객들은 약하다고 할 때도 있고, ‘이 정도면 됐다’고 했는데 무드나 대사로 ‘잔인하다’고 할 때도 있으니까.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예상할 수 없다.

기존 범죄 스릴러 장르와는 달리 자극적인 부분이 덜한데
- 목적을 드러내지 않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목적에 맞게 잘 표현된 것 같다. 최종본을 보니 재미도 충분히 있고 아주 아주 직접적인 묘사 없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잘 스며든 것 같다.

올해 ‘신과함께’부터 ‘공작’, ‘암수살인’에 곧 MBC 드라마 ‘아이템’으로 브라운관 복귀도 한다. 바쁜 시간일텐데
- 드라마는 4년 만에 하는 거다. 관객들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데 (변화가) 정말 빠르다. 특히 드라마는 대중의 반응을 제일 빨리 느낄 수 있으니까. 기대되기도 한다. SF 장르물인데 CG 등에 눈이 높아진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하다. 시스템이 많이 바뀌고 세상도 바뀌었는데. 오랜만에 드라마로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것 같아 기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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