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해운UP] 김영무 선주協 부회장 "해운업 재건, 여러 방안 모색해야"

2018-10-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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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합병 등 선박 대형화로 유럽선사에 대항할 필요"

"방해 공작에도 정책 유지돼야"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이 21일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본지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류태웅 기자.]


해운업계 내에서 국적 원양선사인 현대상선과 SM상선의 통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박·선대 대형화'를 통해 해운업을 육성한다는 우리 정부 정책에 유럽 선사들이 사실상 '내정 간섭'하면서 되레 '속도전'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선대 작으면 이익도 적어··· 현대상선-SM상선 통합 시 '경쟁력' ↑"
21일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은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본지와 만나 '해운업의 성공을 위해 무엇이 중요하느냐'는 질문에 "현대상선과 SM상선의 합병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4월 우리 정부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컨트롤타워인 해양진흥공사를 통해 경쟁력 있는 선박의 신조(新造)를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선주협회는 국내 주요 선사들이 모두 가입돼 있는 조직체로, 상근직인 김 부회장은 해운업계의 대변인으로 꼽힌다. 

이런 그가 이 같은 주장을 한 것은 합병을 통해 신속히 선복량(적재능력)을 늘려 각종 비용을 줄이고, 노선을 합리화해야만 카르텔화(化)한 유럽 선사들에 대항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과거를 보면 같은 이유에서 당시 국내 1위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통합 논의가 있었으나 '유야무야'됐고, 이후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해운 규모가 크게 쪼그라들었다.

반면 이 기간 유럽 선사들은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웠고 2M(머스크·MSC), Ocean(CMA-CGM·COSCO·Evergreen), THE(Hapag-Lloyd·ONE) 등으로 해운동맹(얼라이언스)을 재편했다.

김 부회장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합병을 했다면 선복량이 100만TEU에 달해, 커진 입김으로 항만처리비용을 약 20% 줄였을 것"이라며 "이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현재 정부가 2022년까지 원양 컨테이너선 선복량을 113만TEU까지 늘리기로 한 것을 감안하면, '절호의 기회'를 놓쳤던 셈이다.

그는 "현재 현대상선과 SM상선은 각각 40만TEU, 17만TEU 규모로, 둘이 합치면 벌써 57만TEU"라며 "양사가 태평양에서 출혈 경쟁하기보다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통합 리스크? 없다··· "호황에도 선박 모자라"
현대상선과 SM상선은 모두 미주 서안을 기항하는 남·북부와 아시아 역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미주 서안 노선의 운임은 최근 급상승했다. 기준점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2일 기준 컨테이너 1개(FEU)당 2503 달러에 이른다. 6월 1266 달러, 7월 1687 달러 등 매달 가파르게 상승해 왔다. 미국 경제가 호황기인 데다 개인 소비가 확대된 영향이 컸다.

반면 우리 선사들은 쓴웃음을 짓고 있다. 같은 운송을 해도 선박 및 선대가 작은 탓에 과실을 취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국민 혈세가 투입된 현대상선의 경우 매년 5000억~6000억원의 손실을 내고 있다.

김영무 부회장은 "현재 현대상선과 SM상선이 6000~9000TEU급 선박을 활용해 미주 지역 운항을 하고 있고 선적률이 90%를 넘고 있지만, (유럽 선사들과) 경쟁이 안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글로벌 해운사들의 경우 유럽에 모항을 둬 미주 노선 운임을 다소 낮게 책정해도 되는 데다, 배 한 척이 1만4000~2만TEU급이어서 한 번에 들어오는 돈이 많다.

김 부회장은 "운임은 이미 시장이 형성돼 있다"면서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가 1000달러를 받을 때 우리는 높은 원가 때문에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는 유럽 선사들에 돌아가는 화물을 뺏어 올 능력이 없다"며 "합병 등을 통해 선박 및 선대를 키워 경쟁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거세지는 유럽 선사들 반발··· 그래도 밀어붙여야
최근 유럽 선사들은 우리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정책에 집단 반발하고 있다. 보조금을 지원해 해운·조선업을 육성하는 것이 불공정하고, 공급과잉을 초래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한국의 과도한 보조금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유럽 선주 및 조선 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공정 경쟁이 심각하게 왜곡될 수 있는 점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U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김영무 부회장은 '적반하장'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유럽, 중국 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국 해운업을 살리기 위해 각종 금융지원을 해왔다. 덴마크의 경우 머스크에 차입금 62억 달러, 수출신용기금 5억2000만 달러를 지원했다. 독일은 중앙 정부에서 하파크로이트(Hapag-Lloyd)에 18억 달러를 지급 보증했고, 함부르크시는 7억5000만 유로를 현금지원했다. 프랑스도 채권은행 및 국부펀드를 통해 CMA-CGM에  5억 달러, 1억5000만 달러 등을 지원했다. 

이 결과, 머스크는 2008년 한 해에만 최근 10년 총 발주량(170척)의 20%가 넘는 37척을 인도 받았고, MSC(14척/64척)와 CMA-CGM(10척/90척) 등도 마찬가지다. 

김 부회장은 "우리 정부도 무너지는 해운업을 되살리기 위해 유럽처럼 지원을 하겠다는 것인데, 무엇이 불공정 무역이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총 400여척의 선박을 보유한 머스크, MSC, CMA-CGM 등 글로벌 빅3와 17척에 불과한 현대상선 중 누가 공급과잉을 초래하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들 빅3는 발주잔량이 각각 12척, 11척, 20척에 이르고 있고, 현대상선은 최근에서야 초대형컨테이너선 20척 발주를 냈다"며 "우리 해운재건 정책에 대해 국내 대형 로펌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린 만큼, 추동력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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