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영국 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브렉시트 이행 연장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브렉시트 발효 시점을 불과 5개월여 남겨두고 협상의 윤곽이 잡히지 않으면서 환율 등 유럽시장의 변동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7일(이하 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 참석해 "브렉시트 이행 기간을 당초 21개월에서 33개월로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은 EU 측에서 영국 쪽에 먼저 비공식적으로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이 아무런 합의점 없이 EU를 이탈하는 이른바 '노 딜(No deal)' 브렉시트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논의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복안이 깔린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보고 있다.
EU와 영국 양측은 당초 10월을 협상 데드라인으로 정했으나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연말까지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12월 7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정례 EU 정상회의에서도 별다른 수확을 올리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독일과 프랑스 등이 비상계획 수립에 나섰지만 당분간 유럽 시장의 변동성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날보다 4.80포인트(0.07%) 하락한 7054.60에 마감했다. 지난 1년간 고점을 찍었던 5월 22일(7877.45)에 비해 10% 이상 빠진 것이다.
브렉시트 전환이 늦어지면 2022년 5월 영국 차기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영국 내에서는 메이 총리의 책임론도 거론되고 있다. 정치적 불안에 따른 환율 변동에도 관심이 쏠린다. 17일 기준 달러화 대비 영구 파운드화는 0.76파운드로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알빈 캐피털의 스티븐 아이작스 애널리스트는 "메이 총리가 사임할 경우 파운드화 가치가 파운드당 1.15달러 수준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