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려서 걱정이던 배선우, 승부사로 만든 ‘혼잣말’

2018-10-08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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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역전 우승 드라마 완성

-생애 두 번째 '메이저 퀸' 승부사 등극

-아버지도 걱정하던 여린 성격 극복한 '역전의 여왕'

[역전 우승으로 '메이저 퀸'에 등극한 배선우의 환호. 사진=KLPGA 제공]


“우리 집안 내력이 그래요. 남 앞에 나서지도 못하고….”

배선우(24)의 아버지는 어려서부터 딸이 걱정이었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인 골프는 독하게 쳐야 하는데 여리고 착한 마음이 오히려 흠이었다. 할아버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성격이라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 극성 ‘골프 대디’와는 달리 그저 “너를 믿고 쳐라”라고 한 마디 슬쩍 해주는 게 전부다.
이젠 딸 걱정을 조금 내려놔도 될 것 같다. 그토록 여리던 배선우가 승부사로 변신했다. 아버지는 딸의 생애 두 번째 ‘메이저 퀸’에 오르는 우승 퍼트가 성공되는 모습을 확인한 뒤 조용히 그린을 빠져나갔지만.

배선우는 7일 경기도 여주시 블루헤런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네 번째 메이저 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총상금 8억원)에서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4타 뒤진 공동 3위로 출발한 최종 라운드에서 4언더파를 몰아쳐 최종합계 4언더파 212타로 ‘뒤집기 쇼’를 펼쳤다.

배선우는 이 대회 우승으로 KLPGA 투어 통산 4승을 수확했다. 승부사의 면모는 우승 스토리에 담겨 있다. 4승 가운데 2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수확했고, 두 번의 연장전 우승과 두 차례 역전 우승을 만들었다. 특히 지난 8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는 마지막 날 8언더파 64타로 코스레코드를 갈아치우며 연장 접전 끝에 무려 8타 차 역전 드라마를 썼다.
 

[우승 직후 맥주 세례 축하를 받는 배선우. 사진=KLPGA 제공]


배선우가 승부사로 탈바꿈한 것은 성격이 갑자기 변해서가 아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달래는 ‘혼잣말’에 비밀이 있다. 배선우는 “여려서 걱정이라 아직 승부사는 아닌 것 같다. 요즘은 그래도 뒷심이 많이 생긴 것 같다”며 웃은 뒤 “나를 조종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는 생각에 나를 계속 다독이기 위해 혼잣말을 코스에서 많이 한다”고 귀띔했다. ‘잘했어’, ‘괜찮아’를 속으로 외치면 자존감과 자신감이 부쩍 생긴다고.

배선우는 이 대회 우승으로 타이틀 경쟁에 뛰어들었다. 상금랭킹은 2위로 점프했고, 대상 포인트 부문에서도 3위로 올라섰다. 소위 말하는 주요 타이틀 경쟁 ‘빅3’에 포함된 것. 하지만 배선우는 “항상 내가 톱클래스의 선수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묵묵히 내 플레이를 하면서 늘 쫓아가는 선수인 것 같다”며 “이번에도 또 메이저 대회 우승을 할 줄 몰랐고, 시즌 2승도 이렇게 빨리 나올 줄 몰랐기 때문에 그냥 기쁘기만 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어느새 프로 7년차다. 여리다고 승부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회가 오면 잡을 수 있는 배포가 생겼다. 배선우는 “기회가 오면 낚아채는 건 이제 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하반기에 우승이 나오는 것 같다”며 “2년 전 2승은 묵묵히 해온 선수생활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고, 올해 2승은 내가 우승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우승 공식이라는 게 있는 걸 느낀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제 2주 뒤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이 기다리고 있다. 리듬감이 좋으면 상승세를 타는 배선우가 노리는 대회다. 배선우는 “메이저 대회를 연달아 우승하면 더 좋지 않을까. KB 대회를 열심히 공략해보겠다”며 맑게 웃었다. 그의 아버지도 “이젠 좀 마음이 놓인다”고 멋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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