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인문학] 장기자금으로 벌고 단기자금은 지켜야

2018-10-0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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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식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사장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복리효과를 극찬했다. 인류가 만든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얘기했고, 세계 8대 불가사의에 넣어야 한다고도 했다. 길게 투자할수록 이익을 가파르게 늘려주어서다.
그래서인지 세계적인 투자가인 워런 버핏을 그린 전기 가운데 하나도 '복리효과(스노우볼)'다. 복리효과에서는 수익률 0.5% 포인트 차이도 크다. 원금 1억원을 수익률 10%짜리와 10.5%짜리 상품에 1년씩 투자하면 원리금 차이가 50만원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20년 동안 투자했을 때에는 원리금 차이가 6400만원(원금 대비 64%)으로 불어난다. 우리가 장기상품에 투자할 때 수익률 0.1% 포인트 차이도 깐깐하게 따져야 하는 이유다.

반대로 단기상품은 그렇지 않다. 대표적인 단기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를 보면 수익률 격차도 0.2% 포인트 넘게 벌어지지 않는다. 한 달 동안 1억원을 0.2% 포인트 더 주는 상품에 투자해도 1만7000원가량 더 벌 뿐이다. 문제는 단기자금으로도 더 많은 수익을 좇는 데 있다. 결국 저신용 상품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1만7000원 더 벌려고 1억원을 더 큰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단기자금일수록 안전한 곳에 넣어야 한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미 상식이다. 위기나 기회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 단기투자는 투자라기보다 보관으로 여겨야 한다. 하지만 단기 금융시장에서도 수익률 차이를 좇아 뭉칫돈을 옮기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국공채보다 훨씬 신용도가 낮은 자산을 편입하는 MMF가 주목을 받고 있고, 단기 전자단기채펀드 시장도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다시 금융사끼리 경쟁하게 만들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야 고객 자금이 들어온다. 심지어 안전자산임을 강조하던 MMF와 단기채펀드에 중국 기업이나 카타르 은행 유동화증권이 대거 편입됐다. 우리 금융권에 풀린 카타르 은행 관련 유동화증권만 10조원어치를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려했던 문제가 일어났다. 올해 5월 어느 중국 기업 유동화증권이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물론 국내 단기채펀드 운용사와 증권사도 난처해졌다. 카타르 은행 유동화증권도 마찬가지다. 심각한 부실이 우려됐다. 이러는 바람에 MMF 시장 규모는 8월 한때 130조원까지 커졌다가 9월 중순에는 102조원으로 줄어들었다. 몇몇 MMF는 펀드런(대규모 환매)을 못 견딘 채 환매를 연기하거나 중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도 뛰었다. 평소 1.5%대에서 거래되더니 얼마 전에는 1.9%대까지 올랐다. 단기 금융시장이 심각한 혼란에 빠진 것이다.

미국과 터키가 무역전쟁을 벌일지 미리 알 수 없다. 그런 결과로 터키 통화가 폭락할지, 카타르 은행이 터키에 크게 투자해온 줄도 마찬가지로 알 수 없었다. 투자자는 물론 금융사도 카타르 은행 유동화증권 때문에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고 의심하지 않았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번진 지금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비난하기도 어렵다. 결국 교훈은 단기자금을 맡길 때에는 안전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많은 수익을 좇는 일은 장기투자에 맡겨야 한다. 국공채 MMF나 우량 단기채펀드는 언제 날아들지 모를 나비효과를 효과적으로 막아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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