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이던 주식시장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코스피는 순식간에 2300선 아래로 밀렸다. 앞으로 몇 년은 주식을 쳐다보지 말라는 얘기도 슬슬 나오고 있다. 많은 지인이 불안한 마음으로 주식시장 전망을 물어보지만, 가치투자자를 자처하는 필자는 답하기가 어렵다.
가치투자자는 주가 전망을 믿는 모멘텀 투자자와는 다르다. 절대적으로 주식가치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어느 종목이 실제가치보다 크게 싸다면 적극적으로 사들인다. 주식가치를 판단하기 위한 방법은 많다. 가장 흔히 쓰는 방식은 순자산(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청산가치로, 장부가치로도 부른다)을 주가와 비교하는 것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순자산이 100억원이고, 주가는 120억원이라면 PBR은 1.2배다. 만약 주가가 90억원까지 떨어진다면 PBR도 0.9배로 내려간다. 즉, PBR이 1배 미만이면 주가가 순자산가치를 밑도는 것이다. 이런 주식이 가치투자자가 찾는 표적이다.
함정은 있다. 기업가치에는 앞으로 얼마나 벌 수 있느냐가 중요하게 반영돼야 한다. 재산 10억원에 무직인 30세 청년이 있다고 치자. 이에 비해 재산은 많지 않지만 연봉 1억원을 받는 전도유망한 30세 청년이 있다면 누구에 투자해야 할까. 결국 순자산만 보고 투자 대상을 정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시장 PBR은 모든 상장법인 순자산가치와 주가를 비교해 구한다. 가치투자자는 현재 시장 PBR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7월 23일을 기준으로 잡자. 코스피 종가가 2289포인트를 기록했고, 코스피 순자산은 2464포인트로 집계됐다. 즉, 시장 PBR은 현재 0.93배다. 코스피가 청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얘기다. 가치투자자는 이처럼 시장 PBR이 낮을수록 주식을 사려는 욕구가 커진다. 반대로 시장 PBR이 높아질수록 팔고 싶어진다.
역사적으로 시장 PBR이 지금처럼 낮았던 적은 그리 많지 않다. 2000년 이후에는 3차례밖에 없었다. 2003~2004년(닷컴버블 붕괴)과 2008~2009년(금융위기 이후 폭락), 2016년(박스권 장세 지속)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시기에는 공통적으로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었다.
더욱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07년 10월 말(코스피 2065포인트)과 2017년 1월 말(2065포인트)을 비교하면 흥미로울 것이다. 두 시점은 모두 같은 지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다른 평가를 받아야 한다. 2007년 10월 말 당시 코스피 순자산은 1146포인트로 PBR 1.8배에 해당됐다. 주가가 매우 비쌌기 때문에 주식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비해 2017년 1월 말에는 코스피 순자산이 2231포인트까지 불어났고, PBR은 0.93배로 떨어졌다. 즉, 주식을 사기에 매력적인 시기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코스피 상장법인이 해마다 이익을 내면서 연 평균 10%가량 자산을 불려왔기 때문이다.
지금 주식시장은 금융위기 무렵만큼이나 저평가돼 있다. 순자산을 감안하면 코스피가 1000포인트 수준까지 떨어진 셈이라는 얘기다. 물론 지수가 금융위기 당시보다 2배 이상 올랐다. 하지만 순자산이 그 이상으로 불어났다. 가치투자자라면 현재 주가가 금융위기 당시처럼 싸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생각으로 벌써 주식을 사는 투자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