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00P 시대, 아킬레스건을 치유하면 도약할 수 있다"

2021-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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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식 교수]




아주경제의 배려로 처음 투자인문학 칼럼을 기고한 지 3년이 훌쩍 흘러갔다. 그동안 우리는 조그마한 나라 네덜란드가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 동인도회사를 앞세워 거대한 스페인으로부터 세계 패권을 앗아간 이후 그 다음 영국, 그 다음엔 미국의 순서로 세계 패권의 바통이 넘겨지는 자본주의의 역사를 한 단면씩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패권의 중심엔 항상 강력한 주식회사들의 힘이 있었다는 사실을, 또 그 강력한 주식회사들의 성장은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인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 런던의 시티, 미국의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와 같은 훌륭한 금융시스템의 환경 하에서 가능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이런 역사를 지켜본 우리는 당연히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우리의 주식회사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금융시스템의 발전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최근 코로나 사태를 극복한 '동학개미혁명'으로 유독 취약했던 한국 주식시장이 반전의 기회를 맞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방출된 엄청난 양의 돈들이 정작 기업과 서민들에게는 전달되지 않고 오로지 부동산으로만 집중되게 했던 과거 10년간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최근 정부와 국회의 상당한 노력으로 조금씩 바뀌려는 조짐이 보인다. 일부 상법 개정 등 소액주주들의 권리가 조금씩 강화되는 추이가 보여 아직은 많이 미진한 면이 있지만, 앞으로는 다른 선진국들처럼 국민들이 보다 안심하면서 주식을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한국거래소가 경쟁국들에 비해 너무 낙후되어 있는 등 스타 주식회사들을 양성할 충분한 금융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못하다는 점이 현재 우리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란 사실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최근 쿠팡의 나스닥 상장은 주위에서 마냥 박수치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우리 금융시스템의 발전속도가 우리 기업들의 성장속도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자들이 크게 아쉬워하고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아직도 주요 금융시스템의 수장들이 소위 ‘모피아’로 불리는 경제관료 출신들에 의해 장악되고 있다는 사실은 필자에게는 최근의 ‘LH공사 투기사태’만큼 충격적이다.

아킬레스건을 치유하면 도약할 수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다시 한국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동북아시아 금융허브'라는 잊혔던 오래전 슬로건을 다시 내세워 노력과 역량을 집중한다면, 비옥한 금융시스템 토양을 머지않아 만들어낼 것이라고 필자는 믿고 있다. 직접 전쟁터에서 많이 싸워본 장수들이 실전에서 군사들을 잘 이끌어 가듯이, 언젠가는 실전 금융경험이 풍부한 엘리트들이 한국거래소·한국증권금융 같은 한국 금융시스템들을 이끌어 나가며 경쟁국들의 금융시스템과 경쟁하고, 전투도 치르고, 때로는 연합하기도 하며 한국자본시장을 괄목상대하게 성장시키는 날이 올 것이라 믿고 있다.

오히려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아킬레스건의 상처로 한발을 절뚝거리면서도 이만큼 그럭저럭 달려왔기에 앞으로 이런 약점들이 치유된다면 우리에게 엄청난 도약의 기회가 올 수도 있다는 역발상적인 생각도 해본다. 주가 3000P 시대, 비록 주위에 경기하락에 대한 우려, 사상최고치 수준의 가격에 따른 거품론도 팽배해 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주식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하게 하는 몇몇 이유 중 하나이다. 필자의 저서 ‘투자자의 인문학 서재’의 한 대목을 인용하며 오랜 기간 투자인문학 기고를 마치고자 한다. 그동안 부족한 글에 많은 격려를 보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린다.

"그리 길지 않은 역사를 통해서도 점점 더 분명해지는 사실은 자본주의 시스템은 분명 모순도 많고 간혹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치유 능력도 상당하며 앞이 캄캄한 위기에서도 어떻게든 빛을 찾아내는 생존력 또한 대단하다는 사실이다. 숱한 어려움과 위기 속에서 굴곡을 보이면서도 의외로 꾸준히 전 세계 기업들과 가계들의 부는 성장하여 왔다…/(중략). …. 자본주의의 자연 치유력과 생존력을 믿는다면 보다 희망적이고 낙천적인 믿음을 가지고 투자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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