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의 역사적인 북한 방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평양에서의 만남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큰 관심을 표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가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사진이 중국 대다수 뉴스포털을 장식했을 정도다. 이와 함께 "한국의 중대 임무는 미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며 "이제는 미국이 변할 차례"라는 묵직한 메시지도 던졌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9일 사평을 게재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북한 방문은 성공할 것으로 보이나 문제는 미국"이라며 "북핵 문제 해결이 더딘 것은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이 문제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방북의 최대 임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설득하고 북한에게 비핵화 약속을 받거나 온갖 방법을 동원해 북한과 미국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불러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이미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변화와 의지를 보였음도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돌연 북한 방문 일정을 취소하자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서신을 보냈고 9월 9일 북한정권 설립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도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공개하지 않았다.
환구시보는 "북한은 이미 충분히 비핵화 의지를 보였고 또 '경제건설'로 노선까지 수정했다"면서 "한반도 정세 변화를 위해 이제 필요한 것은 미국이 북한에게 비핵화 과정에서도 안보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제 미국이 변할 때라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카드와 힘을 가진 미국이 북핵과 관련해 오히려 주저하는 상황이라고 일침하기도 했다.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신문은 "한국과 미국은 동맹국으로 한국은 안보상으로 미국에 의지하고 미국의 동아시아에서의 입지는 한국을 떠나 생각하기 어렵다"면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에 있어 큰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손에 한반도 위기 극복의 가장 '특수한' 열쇠가 쥐어져 있다"고 말했다.
사평의 말미에는 "문 대통령의 이번 방중이 성공을 거둘 것이지만 성공이 미국의 태도 변화라는 새로운 성과로 이어져야 항구적 의미를 남길 수 있다"며 "역사적으로 북·미관계는 남북관계에 결정적 영향을 미쳐왔고 이에 한국은 북한 '설득'의 방점을 미국에 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북한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1면에 문 대통령의 방북 기사를 게재하고 사평으로는 미국을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대화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누구 때문인가'라는 제목의 기명 논평을 통해 "협상이 진척되지 못하는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에 있다"면서 "미국이 종전선언을 그 누군가
에게 주는 선사품으로 여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종전선언 선포를 비롯하여 신뢰조성 의지는 보이지 않고 '선(先) 핵포기' 만을 고집하고 있다"면서 "우리 국가가 '검증 가능하며 되돌려세울 수 없는 완전한 핵포기'를 해야 기타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상식 밖의 생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