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소상공인

2018-09-1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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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 3월 전국 외식업체 300개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업체(285개소)의 평균 종업원 수는 지난해 2.9명에서 올해 2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업주들이 직원 수를 평균 30% 이상 줄인 셈이다. 응답업체 중 77.5%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이 악화됐다"고 답해 최저임금 인상이 인원 감축의 주요 요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연합뉴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경제에 후폭풍으로 다가왔다. 인건비 상승으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대부분의 업주들이 고용 인원을 감축함에 따라 청년층의 일자리가 줄어들거나 비용 증가를 감당치 못해 폐업 사례도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 3월 전국 외식업체 300개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업체(285개소)의 평균 종업원 수는 지난해 2.9명에서 올해 2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업주들이 직원 수를 평균 30% 이상 줄인 셈이다. 응답업체 중 77.5%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이 악화됐다"고 답해 최저임금 인상이 인원 감축의 주요 요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유동 인구가 많아 활발한 상권이 형성된 서울 종로 '젊은의 거리' 일대 상인들의 표정은 울상 그 자체였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최모씨(38)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줄었다"며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결정된 데 이어 내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고시되자 죽을 맛"이라고 하소연했다.

최씨는 이어 "종로 일대처럼 상권이 형성된 곳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크나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낙후된 곳이나 다른 상권의 업주들은 곡소리를 낼 것이 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서민경씨(45)는 "예전과는 다르게 저녁 장사가 아예 안 될 뿐 아니라 최저임금에 임대료에 각종 원재료까지 상승해 적자 행진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하루하루 버티기가 정말 곤욕스러울 정도"라며 토로했다.

서씨는 이어 "지난해 최저임금 16.5% 인상에 따라 올해 인건비가 오르면서 종업원을 줄이고 대신 가족들과 함께 가게를 운영해 겨우 버텨왔다"면서 "올해도 최저임금이 10.9% 오른다는 소식에 버틸 재간이 없어 사업을 접기로 결심을 굳혔다"고 울부짖었다.

식당 사장들만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었다. 최저임금이 올랐어도 월급이 대폭 줄어든 식당 종업원들 역시 생활고에 시달렸다.

종로 인근 식당에서 지난 3년간 일을 해온 이모씨(56)는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득증가는 없었고, 월급이 깎여 가계 보탬이 되지 않는다"며 "최저임금이 또 오르면 지금보다 더 일자리를 찾기 힘들까봐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인근 호프집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최모군(23)은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돼 경영주가 직접 교대로 일하거나 아르바이트 고용을 줄이는 건 사실"이라며 "요즘은 일반 아르바이트 구하기도 참 어려운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저임금 근로자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자영업자를 궤멸시키고 있는데, 노동자도 자영업자도 모두 똑같은 국민"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사회적 합의에 자영업자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는데 그것이 바로 독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우선 공약인 일자리 창출에 역행한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는 지난 3일 소상공인 현안 해결을 위한 3대 원칙과 5대 요구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수용 계획을 밝힐 것을 정부 당국에 촉구했다.

운동연대는 성명을 통해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소상공인 총궐기, 최저임금 제도 개선 촉구 국민대회는 소상공인 연합 집회 사상 최대 인원이 참가한 것으로 최저임금과 관련된 소상공인의 절규와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날 제시된 3대 원칙과 5대 요구사항에 대해 정부가 수용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현안 해결을 위한 3대 원칙과 5대 요구사항은 총궐기대회에서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대회사를 통해 제시한 것으로, 3대 원칙은 △소상공인도 존중받는 공정 경제 환경 조성 △소상공인 생존권 보장 △소상공인도 존중받는 경제 정책 대전환 등이다.

5대 요구사항은 △내년도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 위원 50%를 소상공인 대표로 보장 △지난달 10일 입법 예고된 주휴 수당 관련 고용노동부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전면 재검토 △5인 미만 사업장 규모별 소상공인 업종 최저임금 차등화 적용 방안과 관련된 구체적 실행 계획 제시 △소상공인도 존중받는 경제 정책 대전환 선언 △대통령 직속 소상공인·자영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설치 등이다.

운동연대 측은 "기존 소상공인 정책이 일방적인 하향식 정책인 데다 대출 위주의 일시적 처방이 주를 이뤄 소상공인이 체감하기에는 미흡했던 가운데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달라는 차원에서 3대 원칙을 제시했다"며 "요구사항은 이를 바탕으로 현재 최저임금 등과 관련한 현안 사항의 해결을 위해 정부에 요구하는 사항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와 같은 정당한 요구가 또 다시 외면 당한다면 광화문에 소상공인 119 민원센터를 재설치하고 전국 거점 도시에도 이를 확대 설치하겠다"며 "최저임금 제도 개선 관련 집회를 전국적으로 순차 개최하는 등 소상공인의 의지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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