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환전소 앞을 지나가는 시민 [사진=EPA·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9%를 기록하면서 올 들어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로써 아르헨티나 전체의 물가상승률은 34.4%까지 올라 경제를 더 압박하고 있다. 부문별로는 지난달 통신비가 12.4% 오르면서 크게 인플레이션을 주도했고, 국가가 보조금을 줄이면서 주택, 수도, 전기, 연료 등도 6.2% 상승했다.
13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된 물가지표 탓에 페소화는 다시 달러당 39.9 페소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올 들어 달러 대비 페소화는 무려 53% 하락했으며, 9월 들어서만 하락률이 7%에 달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불안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 조기 지원을 요구했다.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제대로 갚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로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의 불안을 자극해 페소화 급락을 불러왔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또 페소화 가치 하락과 물가급등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60%까지 올렸다. 그러나 외국 투자자들의 이탈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이같은 초고금리로 인해 올해 아르헨티나 경제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지난 3일 정부 재정수입을 늘려 흑자로 전환하기 위한 비상 긴축정책을 발표했지만, 이는 일반 국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수천명에 달하는 공립학교 교사들과 교수들은 재정 감축 정책에 반대하며 13일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국가가 군대와 경찰에게는 지원금을 주면서 교육과 복지에 들어가는 돈만을 삭감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로이터는 "선생님과 같은 월급생활자들은 자신들의 임금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구매력이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보조금 삭감이 물가인상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페소화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더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포브스는 지난 11일 "지난 5월 이후 아르헨티나의 경제 지표는 나날이 악화하고 있으며, 이같은 상황이 계속 될 경우 신용등급이 더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