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발(發)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러시아,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 다른 신흥국의 환율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 신흥국 통화 가치가 1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불안한 통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러시아 루블화는 11일(현지시간) 한때 달러당 70.55루블까지 올랐다. 루블 환율이 달러당 70루블을 넘어선 것은 2016년 3월 16일 이후 2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 같은 신흥국 통화의 불안한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면서 신흥국 환율에 부정적인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신흥국 화폐 가치가 감소하고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서 이들 국가의 대외 부채 부담 역시 늘어나게 된다.
게다가 터키뿐 아니라 아르헨티나와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 환율은 대내외 리스크로 인해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신흥국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대외부채, 무역 불균형, 인플레이션, 정부의 방만한 재정지출 등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하지 않아 연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신흥국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높지 않고, 외국인의 주식 채권은 순유입되는 등 신흥국 환율 약세 흐름에도 비교적 탄탄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이어지며 신흥국의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로 지수 상승세가 둔화될 것은 예상됐던 바"라며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흥국 대부분이 외환보유고를 늘리는 등 자본 유출에 대비해 방어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일부 변동성은 보이고 있지만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다만 대외 건전성 등 기초 경제여건이 취약한 국가의 경우 위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