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행 in]손에 잡힐듯한 금강산, 바라만 봐도 설렌다

2018-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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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2회만 열리는 고성 717OP, 금강산 능선과 해금강 한눈에

DMZ 박물관엔 전쟁 유물 가득

영화 '동주' 촬영한 왕곡마을, 북방식 겹집 가옥구조 그대로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로 아름답다. 손으로 잡고 싶고, 품에 안고 싶다. 지척에 두고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금강산(金剛山)에 대한 얘기다. 

잔뜩 시렸던 마음은 이제 희망이 되어 벅차오르고 있다.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금강산 관광을 다시금 목전에 뒀으니, 곧 그리운 금강산에 발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된 덕이다.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한 강원도 고성, 한 부대 OP(Observation Post, 관측을 위해 설치된 초소)에 올라 금강산 일만이천 산자락의 그림자, 구선봉과 감호, 해금강을 두 눈과 마음에 가득 담았다.

​아직은 휴전선 철책선에 가로막혀 잡을 수도, 갈 수도 없는 북녘땅이지만 곧 다가올 금강산 여행에 대한 기대와 염원의 마음을 금강산 일만이천 봉우리에 살포시 걸었다. 

◆금강산을 품 안에…금강산전망대(717OP)
 

717OP에서 바라본 북녘땅. 금강산은 촬영할 수 없지만 바로 옆 구선봉과 감호, 해금강 등은 촬영이 가능하다. [사진=기수정 기자]

금강산전망대(717OP)에서는 금강산 주봉 능선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DMZ 내부에 있는 덕이다. 

지난 1992년 신축된 717OP는 고성 통일 전망대보다 2㎞나 더 북쪽에 위치해 과거 GP(전방 감시 초소)로 사용됐다.
 

717OP에서 바라본 북녘땅. 금강산은 촬영할 수 없지만 바로 옆 구선봉과 감호, 해금강 등은 촬영이 가능하다. [사진=기수정 기자]

한때 일반이 출입이 허용되기도 했던 1994년부터는 출입이 금지되고 군사시설로만 운영 중이다. 매년 2회 봄·가을 여행주간에는 한시적으로 일반에 개방되고 있다. 

고성 통일전망대 주차장에서 구불구불 이어진 언덕길을 따라가면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표시된 통문이 나온다. 경계가 삼엄하다.

신원 확인 후 5분을 더 올라가면 육군 22사단의 최전방 관측소인 717OP에 도달한다. 

브리핑룸에 들어서면 늠름한 군인이 고성능 망원렌즈를 장착한 방송용 중계 카메라를 실시간으로 비추고 설명을 시작한다.

왼쪽에는 금강산 주봉 능선이 손에 닿을 듯 펼쳐지고 오른쪽에는 바다의 금강산이라는 해금강과 감호, 부처바위, 사공바위, 외추도 등이 눈에 담긴다. 감호는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깃든 곳이란다. 

브리핑을 마치면 2층 야외 테라스로 이동한다. 금강산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물론 금강산은 마음에만 담아야 한다. 온통 바위로 이뤄진 구선봉과 해금강은 촬영이 가능하다. 

◆달리고 싶은 간절함 느껴지는 녹슨 철로…제진역
 

동해선도로 남북출입사무소 전경[사진=기수정 기자]


금강산과 북녘땅 얘기를 하자니 제진역을 빼놓을 수 없다.

동해선 복원사업에 따라 지난 2006년 3월 남북출입사무소가 준공되고 2007년 남북 간 동해선 시험운행을 한 차례 진행했다. 

제진역에 가기 위해선 두 차례 검문을 통과해야 한다. 민통선에 맞닿아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육군 제22사단의 검문 초소를 통과 후 출입사무소 게이트 출입 허가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제진역의 녹슨 철로. 2007년 단 한 차례의 시범운행 후 11년간 열차가 달리지 않았다. [사진=기수정 기자]

남북출입사무소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 등으로 남북 간 육로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졌지만 제진역은 시험운행 한 번이 마지막 운행이 됐다.

11년간 개점휴업 상태인 제진역의 분위기는 을씨년스러웠고 '금강산 방면'이라는 푯말, 녹슨 철로, 무성한 잡초에서는 세월의 더께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국내 최북단 기차역사인 제진역. '금강산방면'이라고 표기된 푯말 역시 녹이 슬었다. [사진=기수정 기자]

동해선은 본래 일제가 자원 수탈을 목적으로 건설한 철도다. 함경남도 연변에서 강원도 양양까지 192.6km에 걸쳐 있었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1951년 6월 운행이 중단됐고 1965년 속초~간성 구간, 1967년 속초~양양 구간이 폐쇄되며 연결이 끊겼다.
 

제진역 플랫폼[사진=기수정 기자]


지금은 북한의 감호역을 지나 금강산역까지 총 25.5km의 선로가 남아 있고 남쪽에서는 부산에서 강릉까지 연결돼 있다. 강릉~제진간 구간(110km)이 연결되면 다시 완전체가 된다. 

다행히 남북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됨에 따라 재연결 사업이 곧 진행될 예정이란다. 이 역에서 열차의 우렁찬 기적소리가 다시금 울리길 기대해본다. 

◆아픔의 역사, 희망이 되다…DMZ 박물관
 

DMZ 박물관 앞에 놓인 철책선[사진=기수정 기자]


제진역 인근에는 DMZ 박물관이 있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 현실과 통일의 염원을 담아 금강산이 바라보이는 동해안 최북단 민통선 안에 지난 2009년 개관했다. DMZ 박물관은 민통선 안에 있는 만큼 사전에 출입신고를 해야만 관람할 수 있다.

한국전쟁·군사 자료와 유물 등 한국전쟁과 DMZ에 관한 전시물이 가득 차 있다.
 

DMZ 평화바람개비 정원[사진=기수정 기자]

전시관은 특히 ‘축복받지 못한 탄생’, ‘냉전의 유산은 이어지다’, ‘그러나 DMZ는 살아 있다’, ‘다시 꿈꾸는 땅 DMZ’ 등을 테마로 분류, DMZ가 갖는 전쟁과 역사적 의미뿐 아니라 생태적 의미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방문객이 평화 메시지를 적은 엽서로 만든 ‘평화의 나무가 자라는 DMZ’도 눈길을 끈다.

박물관 관람은 보통 실내 전시관에서 시작해 야외로 이어진다. 관람 동선은 전시관 2층에서 3층으로, 그리고 야외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야외에는 물레방아, 팔각정, 생태연못이 어우러진 산책로가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철책과 철조망, 초소 등 군사 관련 시설도 만나게 된다. 간접적으로나마 DMZ 분위기를 느껴보는 체험 코스다.
 

DMZ 박물관. 어둠의 땅에서 평화의 땅으로 변화할 DMZ[사진=기수정 기자]

2010년 동부전선에서 철거한 실제 비무장지대 철책과 2004년 남북장성급 회담 합의에 따라 철거한 대북심리전 확성기와 전광판 등이 야외에 전시돼 있다.

철책 산책로를 따라 이어지는 야생화 동산도 놓치지 말아야 할 필수코스다.

이원찬 DMZ 박물관장은 "남⋅북한의 문화 동질성을 회복하고 통일을 준비하는 화합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자료의 조사, 수집, 보존, 전시, 교육, 연구 등에 매진해 인류 평화를 기원하는 세계의 명소로 만들겠다"고 전했다.

◆동주의 촬영지로 각광…고성 왕곡마을
 

북방식 한옥 문화재 마을인 왕곡마을[사진=기수정 기자]

북간도의 용정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동주>는 사실 고성 왕곡마을에서 촬영됐다. 북방 가옥의 특성을 오롯이 살린 집들이 많은 덕이다. 왕곡마을은 북방식 한옥 문화재 마을이다.

이 마을의 역사는 고려말 이성계의 조선 건국에 반대한 함부열이 간성에 은거한 이후 그의 손자 함영근이 지금 마을 터에 뿌리내리면서 시작됐단다. 
 

북방식 한옥 문화재 마을인 왕곡마을[사진=기수정 기자]

그래서인지 왕곡마을의 가옥은 대부분 함경도를 비롯한 관북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겹집 가옥구조를 하고 있다.

기와지붕은 눈이 자연스레 흘러내리게 하기 위해 급격히 기울어진 것이 특징으로 다른 지역 전통 마을과 크게 다른 느낌이다.

바다와 가깝지만 산골 마을인 듯 고즈넉하다. 영화에 나오는 정미소, 우물 터, 그네 터 역시 그대로다. 
 

고즈넉한 왕곡마을의 전경[사진=기수정 기자]

왕곡마을에는 현재 37가구가 거주한다. 빈집은 숙박 시설로 활용한다.

비수기에는 집 한 채 숙박료가 2만5000~5만원선이다. 토요일마다 월별 절기 체험이나 짚공예 체험 등도 진행한다.
 

왕곡마을의 풍광[사진=기수정 기자]

큰상나말집 마당에서는 5~10월 매주 토요일 오후 6시에 <왕곡풍류음악회>가 열린다. 한옥에서 음악회의 풍류를 즐길 수 있다.
 

왕곡마을의 정미소. 옛 정미소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곳은 현재도 운영 중이다. [사진=기수정 기자]

고성 왕곡마을 전경[사진=기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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