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재정자립과 이에 기초한 독립적인 행정·조직 권한을 충분히 보장하는 내용의 자치분권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핵심 공약인 '지방분권국가'를 실현할 자치분권 청사진이 제시돼 지나치게 중앙정부에 쏠린 우리나라 권한의 틀을 바꿀지 주목된다.
정순관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은 "오늘 확정된 계획안은 지방이 중앙에 의존하는 기존 틀을 벗어나, 지방과 중앙이 동반자적 위치를 잡아나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치분권의 최종 지향점이 주민에게 있다는 것을 확고하게 담았기 때문에, 이번 계획이 시행될 경우 일상 생활에서 지역주민이 주인공이라는 점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 종합계획은 '우리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이라는 비전과 함께 '주민과 함께하는 정부, 다양성이 꽃피는 지역, 새로움이 넘치는 사회'라는 목표 하에 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6대 추진전략과 33개 과제로 구성됐다.
6대 추진전략은 △주민주권 구현 △중앙권한의 획기적 지방이양 △재정분권의 강력한 추진 △중앙·지방 및 자치단체 간의 협력 강화 △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성 확대 △지방행정체제 개편과 지방선거제도 개선 등이다.
무엇보다 주민발안과 주민소환, 주민감사청구와 주민투표 같은 주민직접참여제를 확대하는 등 '주민주권' 구현에 방점을 뒀다.
또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은 중앙으로 밀집한 여러 사무들을 지방으로 이양, 지방발전을 꾀하겠다는 차원이다.
강력한 재정분권 추진을 위해 지방소비·소득세 비중 확대로 지방세 규모를 확충한다. 아울러 고향사랑 기부금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 부여, 국민 최저생활수준 보장적 복지사업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한다.
중앙·지방 및 자치단체 간의 협력 강화를 위해선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의 만남을 정례화하고 관할구역을 초월한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가 가능토록 했다.
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성 확대에는 자치단체의 조직·인사·재정 자율성을 대폭 강화하고, 주민이 자치단체 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2012년 지방이양 의결 이후 장기간 미뤄졌던 사무의 조속한 이양을 위한 '지방이양일괄법' 제정도 연내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지방이양에 따른 행·재정 지원을 위한 '지방이양비용평가위원회'도 설치한다.
지방세를 확충해 재정분권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현재 8대2인 국세·지방세 비율을 7대3을 거쳐 6대4로 개편한다. 소득·소비과세 중심으로 지방세를 확충해 지방의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지방재정 운영 자율성을 제고하고 지방 부담을 완화한다. 구체적인 이행 연도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한편 이번 종합계획이 행안부에서 마련했던 로드맵 내용과 별 차이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행안부의 로드맵 발표 이후 1년 가까이 지났고, 독립된 자치분권위원회가 출범했음에도 두드러진 진전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번 종합계획은 지난해 10월 행안부가 발표한 '자치분권 로드맵'의 내용을 토대로 지자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됐다. 이후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심의를 거쳐 확정됐다.
정 위원장은 이에 대해 "종합계획은 그동안 정부 의제였던 것을 오늘 국무회의를 거쳐 정부 공식 입장으로 확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종합계획은 향후 시행계획에 담길 구체적인 내용의 방향을 결정하는 역할"이라고 밝혔다.
한편 자치분권위원회는 △대통령 추천 6명 △국회의장 추천 10명 △지방 4대 협의체장 추천 8명 △기재부총리 △행안부 장관 △국무조정실장 등 총 27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