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근대의 저명한 문학가이자 사상가인 루쉰은 "사실 땅 위에 길이란 건 없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으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인류의 문명발전사도 루쉰의 명언처럼 무(無)에서 유(有)가 되고, 소(小)에서 대(大)가 되는 상호교류의 새로운 길이 끊임없이 개척되며, 공동발전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흐름으로 전진해 왔다.
측천무후가 권력을 장악했던 7세기 후반의 당나라 장안성은 그야말로 세계도시로서 정치, 경제 그리고 문화적으로 융성했다. 이렇게 융성한 배경에는 북방의 유목문화와 남방의 농경문화를 잘 융합한 ‘호한융합(胡漢相融)’의 개방정책이 중요한 작용을 하지 않았나 싶다.
장안성이 이렇게 국제적인 도시로 번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실크로드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당시 장안성의 서쪽 시장(西市)은 실크로드의 동쪽 기점이었으며, 당시 국제무역의 중심에 우뚝 서 있었다. 실크로드를 통해 새로운 문물이 계속해서 유입되는 가운데 서역(西域)과의 교류는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찼다. 당시 세계의 모든 길이 당나라의 수도인 장안으로 통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동방에 당제국이 있다면, 서양에는 로마제국이 있다. ‘고대 로마 역사를 읽지 않았다면, 서양 문화를 논하지 마라’라는 말처럼, 로마는 수많은 유적을 후세에 남긴 서양을 대표하는 문명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로마제국은 기원전 8세기경 라틴인에 의해 세워진 작은 국가에서 끊임없는 세력 확장을 통해 일어난 제국이다. 계속되는 확장과 정복과정에서 로마인들은 자기와 다른 민족의 문화를 배척하지 않고 오히려 포용하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자신의 문화들을 수많은 길들을 통해 전 세계에 전파해 나갔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속담이 생겼을 만큼, 로마제국의 수도로 통하는 길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로마제국의 강성함이 이 길들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근대에 들어서도 바닷길의 장악력에 따라 국가의 흥망성쇠와 세력의 교체가 이루어졌다. 무적함대를 보유했던 스페인, ‘바다의 마부’라 불렸던 네덜란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일컬어졌던 대영제국, 이러한 바닷길을 장악했던 나라들이 세계문명의 발전을 이끌어 갔다
이와 같이, 인류문명의 역사는 길을 통해 실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은 길을 따라 흐르고, 그 길을 따라 돈이 흐르고, 돈이 흐르는 그 길을 따라 사람이 모여드는 것’은 세상의 이치이다. 역사가 증명하듯, 인류 발전을 위해 새로온 길을 개척했던 국가들이 인류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다. 미래사회 역시 길을 통해 이웃국가와 막힘 없이 교류하는 가운데 융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문명 발전을 만들어내는 국가가 세계역사를 이끌어 나가지 않을까 싶다.
유라시아 대륙은 세계에서 가장 큰 대륙으로서 인류발전사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측면에서, 중국 시진핑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带一路)’라는 발전전략은 인류 문명과 역사의 길에서 보면 긍정적이다.
금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의 경제 지평을 북방대륙까지 넓히고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되어 이웃국가들과의 동반성장과 평화안보를 추진하는 출발점이 되겠다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했다. 길을 통한 경제융합을 촉진하자는 측면에서 보면, 중국의 ‘일대일로’와도 뜻이 통한다.
'일대일로' 구상을 성공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동아시아철도공동체’, 나아가 '동북아경제공동체를' 먼저 실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평양과 선양(瀋陽)을 거쳐 유라시아대륙을 달리는 날이 오게 된다면, 그때야말로 '모든 길이 유라시아대륙으로 통하는' 시대가 다시 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걸어온 길을 돌아봤을 때 그 길에는 고난과 영광, 경험과 교훈이 있었듯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도 희망과 도전, 기회와 역경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인류가 걸어온 길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세계는 인류발전을 위한 올바른 길을 함께 걸어갈 때 비로소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다.
주 칭다오 대한민국 총영사관
박진웅 총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