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미중 무역전쟁을 관전하며

2018-09-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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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사이에 낀 한국…무역전쟁 틈새 잘 활용해야

조평규 중국연달그룹 수석부회장

미·중 무역전쟁은 지난 3월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각서에 서명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8월 말 열린 미·중 차관급 협상에서 타협이 불발되면서 장기전에 돌입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지난 5개월간 미국 다우지수는 4%대의 상승을 보인 반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6%대의 급락을 기록하고, 위안화 가치도 8%대 하락했다. 눈에 보이는 지표 상으로,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중국을 압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적 원인은 세계 패권국인 미국이 자국에 도전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데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제조강국으로 부상하려는 중국을 견제하고, 중국의 금융시장을 개방하게 해서 무역에서 잃은 돈을 만회하고, 중국의 굴기를 억눌러 전면적인 패권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언론들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의 보복 대상 품목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지지 기반인 미국 북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와 농산물이다. 서방 국가가 선거를 통해 집권하는 정치시스템은 중국 공산당 시스템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취약하다.

시진핑 주석은 이미 4년여 임기를 남겨 놓은 상태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1월 중간선거와 2년여 후 또 선거를 치러야 하는 높은 장벽을 앞에 두고 있다. 과연 누가 유리한 조건에 있을까?

다행스럽게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둘 다 모두 싸움의 고수다. 단기적으로 두 사람이 모두 죽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싸움을 건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지는 고율 관세의 부과 이외에는 별다른 게 없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실리이고, 시진핑 주석에게 필요한 것은 실리보다 정치적으로 체면을 살리는 일이다. 이번 전쟁은 미국의 중간선거 이전에 봉합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이번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은 미국 의존적인 단순 제조업만으로는 미국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첨단 기술의 확보야 말로 국가 안보경영의 핵심이라는 사실도 절감했다. 무역전쟁 이래로 시진핑 주석은 제조업의 고도화를 기하는 한편, 메모리 반도체·공유경제·4차 산업을 지원하고, 신 성장산업 특례상장제도를 도입하는 등 첨단산업의 내실화에 전력질주하기 시작했다.

이 참에 미국은 물론 우리도 중국은 시장경제가 세밀하게 작동하는 나라가 아님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시장경제가 아닌 계획경제 성격이 강한 나라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강력한 영향력으로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 금융기관과 국영기업의 동원은 시 주석의 마음먹기에 달렸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국의 대미국, 대중국 무역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 일부 전문가들은 수출 둔화 우려를 제기했으나, 올해 9월 현재까지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한다. 물론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임은 명백하나, 오히려 우리의 무역은 달러·환율의 등락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모든 일에는 명과 암이 존재한다. 미·중 경제는 우리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기업에게 전쟁은 또 다른 사업의 기회다. 우리 기업들은 저들의 싸움을 바라보고만 있을 게 아니라, 사업의 기회로 간주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한다. 중국이 산업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술·장비를 수출하고, 중국 우량기업에 금융 투자를 하고, 보복관세로 중국이 경쟁력을 잃는 품목에 무역량을 늘릴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앞으로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면 할수록 격렬해지고 지속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에겐 대국 간의 싸움으로 벌어지는 틈새를 잘 활용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조평규, 중국연달그룹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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