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테니스 간판 정현(세계랭킹 23위)이 US오픈 테니스 대회(총상금 5300만 달러·약 590억원) 2회전에서 탈락했다.
이번 대회에서 US오픈 개인 최고 성적을 기대했던 정현은 부상 여파에 의한 경기력 저하가 아쉬운 경기였다. 부상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정현은 이례적으로 경기 도중 라켓을 집어던지는 등 자책하는 모습까지 보이며 대회를 마감했다.
올해 호주오픈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4강 신화’를 쓴 정현은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은 부상으로 인해 출전을 포기했다. US오픈은 올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 정현도 기대가 컸다. 2015년과 2017년 US오픈 2회전 진출을 넘어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기 위해 준비했다. 하지만 정현은 또 다시 부상 여파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정현은 1세트부터 쿠쿠슈킨과 접전을 펼쳤다. 둘은 자신의 서브게임은 두 번밖에 가져오지 못했고, 브레이크를 4번씩 맞바꿨다. 정현은 타이브레이크에서 5-3으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지만, 결정적인 스매시 실수를 하는 등 끝내 5-7로 역전을 당해 1세트를 내줬다.
2세트부터 정현에게 악몽 같은 부상이 찾아왔다. 올해 호주오픈 당시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와 준결승전에서 문제가 됐던 오른발바닥 물집이 또 터졌다. 정현은 게임 스코어 1-2로 뒤진 상황에서 잠시 경기를 중단하고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곧바로 브레이크를 당하면서 1-4까지 밀렸고, 또 한 번의 브레이크를 당하며 1-5로 벌어지자 정현은 자신의 경기력이 못마땅한 듯 라켓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화를 참지 못했다. 라켓은 이날 정현의 심리 상태를 보여주듯 구겨졌다.
라켓을 집어던지는 모습은 테니스 경기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정현에게선 좀처럼 보기 드문 모습이다. 언제나 평정심을 잃지 않고 끈질기게 상대를 괴롭혀 범실을 유도하는 정현의 낯선 모습이다. 해외 언론은 그런 정현에게 ‘아이스맨’이라는 별명도 붙였다. 하지만 이날은 부상과 함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감정 조절도 실패했다.
심리적으로도 무너진 정현은 결국 2세트를 2-6으로 완패했고, 3세트도 3-6으로 내주며 허무하게 대회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