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환자 수가 늘어나더라도 이같이 한 지역 내에서 환자 수가 극단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처럼 C형간염 환자가 급증한 이유는 C형간염이 갖는 특징과 지난해부터 추진된 정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C형간염은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신체 면역반응으로 인해 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을 의미한다. 한번 감염되면 대부분 만성으로 진행되지만, 간경변증 이상으로 진행되기 전까지는 피로·근육통·미열 등이 주 증상인 질환 특성상 감염여부를 조기에 진단받기 쉽지 않다.
실제로 국내 C형간염 유병률은 0.8~1%로 국민 40만명 이상이 감염돼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까지 발견된 환자는 7만명 이하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직 진단받지 못한 C형간염 환자는 이른바 ‘숨은 감염자’로 불리고 있으며, 자신도 모르게 남에게 간염을 옮길 수 있어 집단감염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때문에 정부는 C형간염 집단감염 등을 계기로, 지난해 6월부터 C형간염을 ‘지정감염병’에서 ‘제3군 법정감염병’으로 전환했다. 지정감염병은 표본감시 대상이지만, 법정감염병은 전수감시 대상이다. 전수감시 대상이 되면 해당 환자를 인지한 모든 의료기관은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고, 보고된 건에 대해서는 모두 역학조사가 실시된다.
질환 특성상 1명뿐이 발견되지 않았다가 전수조사 등으로 980명 환자가 발견된 셈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전과 달리 C형간염 환자 수가 적잖다는 것이 실질적으로 확인된 만큼, 유병률과 감염확산을 낮추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 정책이 필수다. 의료진은 조기발견이 중요한 만큼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C형간염 진단이 늦어질수록 치료비용은 높아지게 되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환자를 발굴하는 것이 비용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미 정부는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 후 2016년 9월 ‘C형간염 예방 및 관리대책’을 발표하는 등 대응에 나선 상태다. 특히 이 대책에는 건강검진항목 포함 방안도 담겼다. 정부는 高유병지역 생애전환기 건강진단 대상자에게 우선적으로 C형간염 검사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국 확대 시행여부를 검토키로 한 바 있다.
그러나 29일 업계에 따르면,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은 미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범사업에서는 학계에 알려진 유병률보다 높은 1.6%에서 C형간염 항체 양성이 확인됐다. 정부는 유병률, 사망률, 비용대비 효과성 등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도입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만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C형간염은 그간 수치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국가건강진단을 통한 관리가 시급히 필요한 질환”이라며 “이에 대한 정부-사회적 논의가 더 구체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C형간염은 주사용 약물남용, 주사바늘찔림, 문신, 손톱관리 등의 과정에서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감염된다. 지난달 28일은 세계보건기구에서 제정한 ‘세계 간염의 날’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