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질세라 정부는 지난 27일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추가 지정하고 수도권 내 주택공급계획을 추가로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고 지적받았던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개발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시는 정부의 눈치를 살피며 도시 개발 계획 발표를 전면 미루게 됐다.
여기에 금융권에서는 부동산 대출을 옥죄기에 나섰다. 세무당국도 부동산 시장에 메스를 꺼내들며 부동산 과열징후 지역에 대한 세무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더 이상 나올 카드가 더 있을까 싶을 만큼 정부는 성급하게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규제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 정부가 종로구·중구·동대문구·동작구 등 4개 지역을 추가 지정하자, 해당 구에서는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주택담보대출이 가구 1인당 1건에서 가구당 1건으로 제한된다. 8·2대책 이후 1년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을 살펴보면, 투기지역 11곳 집값 상승률은 노원구를 제외하고 평균 8.26%로 서울 평균 6.9%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36만 가구 주택 신규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일각에서 수급 불균형에 따라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 데 따른 대처다. 하지만 이 역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공급 지역의 윤곽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공급까지는 최소 5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의 효과보다는 장기 계획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다만 10월부터 적용되는 대출 규제는 집값 안정에 다소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와 고소득자는 주택금융공사의 전세보증 상품을 이용할 수 없게 되고, 적격대출과 보금자리론 상품에서도 다주택자는 배제되면서 실수요자가 아니면 대출 받기가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집값이 단기 급등하는 현상은 다소 줄어들 것이지만 집값 하락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부동산 규제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다 보니 규제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종부세와 재산세 인상이 내년부터 적용되다 보니 부동산 시장이 진정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거래량이 동반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 여전히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이 오르는 이유로 공급보다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수요를 잡을 수 있는 공급 대책이 구체적이어야 하는 이유다.
서울에서 새로운 아파트 단지를 공급할 수 있는 부지는 마땅치 않다. 답은 재개발·재건축뿐이다. 정부가 재건축 사업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규제로 부동산 시장에 시그널을 주는 정부의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수요 규제만으로 시장을 잡기에는 무리다. 장기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안목을 길러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