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잭슨홀서 띄운 비둘기…금리인상 조기 중단설 확산

2018-08-2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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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 등 온건 성향 강조 내년 금리인상 중단설…트럼프 압력 탓?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연방준비제도(Fed) 본부[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비둘기파 성향이 강해지면서 연준이 내년 중에 금리인상 행보를 중단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비둘기파는 느슨한 통화정책을 지지하는 온건파로 금리인상 등 강경책을 선호하는 매파의 대척점에 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력이 연준 내부에 미묘한 변화를 일으킨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미팅 연설 중에 점진적인 금리인상 기조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연준의 금리인상 행보가 너무 빠르거나, 늦어 경기확장세에 해를 줄 수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이다.

그는 금리인상을 너무 서두르면 경기확장을 단축할 수 있고, 너무 늦게 움직이면 경기과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준은 두 위험을 모두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다만 급격한 물가상승이나 경기과열 조짐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 이상으로 급격히 오를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이는 좋은 소식"이라며 "일부는 연준의 최근 정책행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둘기파 성향을 드러낸 파월 의장의 발언에 시장도 반색했다. 

워드 매카시 제프리스 수석 금융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파월 의장의 잭슨홀미팅 발언이 궁극적으로 의미한 건 기준금리를 중립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계속 올리겠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의 발언은 다른 연준 인사들의 언급, 연준이 최근 발표한 지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과 일맥상통한다고 지적했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경기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궁극적인 금리를 말한다. 자연금리, 균형금리라고도 한다. 연준 관리들은 중립금리를 약 3%로 본다. 연준의 기준금리는 현재 1.75~2.00%. 종전처럼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하면 4번이면 중립금리에 도달한다.

연준은 올 들어 지난 3월과 6월에 금리를 인상했다. 연내에 두 차례 더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9월과 12월을 유력한 시기로 본다. 

로버트 캐플란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지난 23일 잭슨홀미팅 중에 WSJ와 한 회견에서 오는 9월과 12월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성장률, 실업률, 물가상승률 등 경제지표가 이를 뒷받침한다는 이유에서다.

캐플란 총재는 다만 연내에 기준금리를 두 차례 더 올리면 금리가 중립 수준에 가까워진다고 지적했다. 그에게 중립금리는 2.50~3.00%쯤 된다. 캐플란은 기준금리가 2.50~2.75%를 넘으면 경기를 식히는 금융긴축의 힘이 강해져 경기에 역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그는 "내년 3월과 6월에 뭘 해야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더 직설적으로 금리인상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이날 로이터와 한 회견에서 불과 한 차례의 추가 금리인상도 경기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불라드 총재는 미국의 장·단기 국채 금리(수익률) 차이(스프레드)를 반영하는 수익률 곡선이 역전 조짐을 보이는 건 경기침체 신호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이 다음달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수익률 곡선이 역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월가에서는 연준의 금리인상 조기 중단설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 따른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연준의 금리인상 행보를 잇따라 비판해 논란을 일으켰다. 파월 의장 등이 연준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오는 11월 중간선거와 2020년 대선이 머지않은 상황이라 압력이 계속될 공산이 크다는 게 연준 안팎의 관측이다. "연준이 트럼프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6일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선 대규모 감세 효과가 본격화할 내년 하반기 이후 경기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과열 위험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인상 기조를 고수하면 내년 하반기 이후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연준이 연내에 2번, 내년에 2번만 더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기준금리가 중립 수준에 도달한다고 지적했다. 이때까지는 금리인상 명분이 있지만, 금리를 더 높이면 경기과열은 물론 정치적 위험도 커진다는 설명이다.

연준의 다음 FOMC 정례회의는 9월 25~26일에 열린다. 내년 이후 정책 시나리오도 이때 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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