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인권 문제를 지적한 캐나다에 발끈하면서 캐나다 대사 추방 등으로 강력히 응수했다. 사우디가 야심차게 경제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예민한' 외교정책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 외교부가 사우디에 수감 중인 인권운동가의 즉각 석방을 요구하자 사우디는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하면서 캐나다와의 신규 무역과 투자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사우디 주재 캐나다 대사에도 추방 명령을 내렸다.
두 나라 사이에 갑작스럽게 갈등이 폭발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주도로 사우디는 경제 및 사회 개방 정책인 ‘비전 2030’을 추진하지만 외교적으로는 초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사우디로의 투자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것.
오타와대학교의 토마스 주노 중동 전문가는 “비전 2030은 사우디를 매력적인 무역상대국이자 투자처로 띄우려고 하지만 사우디의 강경 외교정책은 완전히 반대의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우디 지도층의 예민함은 기업들의 투자 의지를 꺾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아랍걸프국연구소(AGSI)의 캐런 영 이코노미스트는 “사우디는 신중하게 고민하기보다 급하게 반응하는 성급함이 있다”면서 “결국 사우디와 거래하는 사업체는 사우디 왕조의 눈치를 계속 봐야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우디의 '앙심'은 상대국 기업의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WSJ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사우디는 작년 11월부터 독일과 사이가 틀어진 이후 독일 기업들에게 신규 계약을 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지그마이어 가브리엘 당시 독일 외무장관은 지브란 바실 레바논 외무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사우디가 레바논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사우디와 캐나다의 갈등은 사우디 당국이 지난주 여성 인권운동가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 과정에서 캐나다 시민권자인 여성 운동가 사마르 바다위를 비롯해 유명 인권운동가들을 체포한 것이 발단이 됐다.
캐나다 외무부는 지난 3일 트위터 성명을 통해 "모든 평화적 인권운동가들을 즉각 석방할 것을 사우디 당국에 촉구한다"고 언급했고, 이에 사우디 외무부가 "내정간섭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며 갈등이 격화됐다.
사우디가 캐나다와의 투자 및 신규 무역을 중단키로 하면서 캐나다에서 정부지원을 받으면서 유학하는 7000여 명의 사우디 학생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 교육부는 해당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겠지만 필요시 캐나다 대신 다른 나라로 옮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밖에도 사우디 국적 항공사들은 8월 13일부터 캐나다를 오가는 모든 항공편 운항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