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환영하면서 이른바 '친서 외교' 가능성을 연 지 하루만에 독자적 대북 제재를 공식화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의 의미는 유지하면서도 북한 비핵화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은 미국 정부가 시간차를 두고 북한 '조련'에 나선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당초 백악관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환영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답장 차원의 친서를 전달할 것이라는 뜻을 밝힌 지 며칠 만에 대북 제재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감은 하루 만에 무너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은행 측과 거래한 러시아 은행 1곳, 북한 은행과 연계된 중국과 북한의 유령회사 2곳, 러시아에서 금융 관련 활동을 한 북한인 1명을 독자 제재 대상에 추가한 것이다. 미국이 독자적인 대북 제재에 나선 것은 지난 2월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대화의 끈을 유지하자는 데는 대체로 이견이 없지만 구체적인 비핵화 방식과 시기, 종전 선언 등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는 북·미 관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폼페이오 장관은 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대북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며 기존 미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리 외무상은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도출된 북·미 공동성명의 동시적·단계적 이행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두고 입장차만 재확인하면서 이후 비핵화 협상에서도 양측 간 힘겨루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NN은 "폼페이오 장관과 리 외무상이 (ARF에서) 친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미국의 추가 대북 제재 방침에 북·미 간 긴장의 신호들이 감지됐다"고 지적했다.
WP는 "미국은 비핵화 과정이 완료될 때까지 현행 제재를 유지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북한은 선의의 표시 차원에서 여러 단계에 걸쳐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북한의 핵무기 해체에 대한 보상을 바라보는 입장 차이가 양측의 불협화음을 야기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