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 폐쇄 작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영의 뜻을 표명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던 북한 비핵화 협상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안팎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핵시설 폐쇄 과정에서 '검증 절차'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비핵화에 응답한 북한..."북·미 정상회담 합의이행" 긍정 평가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가 위성 사진을 토대로 평안북도 동창리에 위치한 서해위성발사장에서 해체작업이 시작됐다고 밝힌 데 대한 공식 반응이다. 평안북도 동창리에 위치한 서해위성발사장은 2012년 이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한의 주요 미사일과 위성을 발사한 장소다. 트럼프 대통령이 6·12 북·미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곧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폐쇄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지목된 곳이기도 하다.
북·미 정상회담의 후속 협상을 총괄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약속에 완전히 부합한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에 따라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 후속 협상이 급물살을 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등 공식 입장을 통해 북한과의 후속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거듭 밝히고 있어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하루 앞선 23일에는 "지난 9개월 간 어떤 로켓 발사와 핵 실험도 없었다"며 "가짜뉴스는 내가 화났다고 하지만 매우 행복하다"고 밝히면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참전 용사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싱가포르에서 환상적인 만남을 가졌고 매우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며 "싱가포르 회담에서 약속했듯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국인 유해 송환 문제도 해결되길 빈다"고 강조하며 후속 협상의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 "핵시설 폐쇄시 전문가 참관 필수"...북·미 온도차 여전
다만 미국 내부에서는 북한의 핵시설 폐쇄 작업에 있어 적절한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비핵화 방식과 범위 등을 두고 북·미 간 기싸움이 계속될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북한은 앞서 지난 5월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해 주목 받았으나 취재진 외에 전문가들의 참관은 허용하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다른 무엇보다 검증이 중요하다"며 "미국 정부는 적법한 국가와 그룹이 참여하는 검증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서해위성발사장의 공식 해제 작업에는 외부 감독관의 참관을 허락하라는 요구사항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에 따라 북·미 회담 후속 협상이 분위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는 아예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내용과 향후 핵합의 이행 상황을 의회에 의무적으로 보고 하도록 했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상·하원이 공개한 국방수권법(NDAA)에는 미 국방장관과 국가정보국(DNI)이 법 제정 60일 이내에 북한 핵 관련 상황에 관한 보고서를 관련 상임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이밖에 △ 북·미 비핵화 합의시 60일 이내에 보고서 제출(90일마다 갱신) △ 최초 보고서 제출 후 180일 이내에 검증평가 보고서 제출(180일마다 갱신)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방수권법은 미국 국가 안보와 관련해 모든 정치적·군사적 제재를 가할 수 있게 한 법안이다. 하원과 상원 본회의에서 각각 가결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통해 법률로 효력을 발휘한다.
그동안 북한의 핵개발 수준에 관심을 기울였던 미국 내 전문가들은 북·미 후속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북한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가인 브루스 클링너는 "북한은 올해 초에도 핵실험 시설의 일부를 파괴했다"며 "제한적이나마 환영할 만하지만 이런 활동이 북한의 무기고를 줄이거나 핵개발 능력을 무력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