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는 넘을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어댔지만, 큰 덩치와는 다르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배우 강홍석 이야기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극본 백건우, 최보림 / 연출 박준화)에서 이영준(박서준 분)의 비서 양철 역할을 맡으며 열연을 펼친 배우 강홍석을 종영을 하루 앞둔 지난 26일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에서 만났다.
“단체 촬영을 마무리하고 시원섭섭했어요. 감독님께 4회만 연장하면 안 되냐고 말씀드렸죠. 하하하.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난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감독님께서는 웃으시면서 ‘너무 힘들어서 안된다’고 하셨죠.(웃음) 오디션을 볼 때 박준화 감독님과 최재영 감독님을 30분 뵀는데 정말 즐겁게 대화했던 기억이 있어요.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고, 정말 좋은 형을 만난 기분이었죠. 오디션을 보고 나서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 좋은 작품을 한 것 같아요.”
얼핏 강홍석에게서 풍기는 이미지와 극중 양철 비서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 했지만, 맞춤옷을 입은 듯 그는 캐릭터를 유려하게 소화해냈다. 오디션을 볼 때부터 양 비서 역할이었다.
그는 “오디션을 봤을 때도 양철 비서로 봤어요. 회사에서 이런 작품이 있는데 오디션 볼래?라고 하셨어요. 제목만 봤을 땐 처음엔 웹툰을 보지 못해 나랑 잘 어울리는 작품일까 생각했다가 시놉시스를 읽었는데 수행비서 캐릭터가 묵묵하고 과묵하고 덩치 있는 캐릭터였죠. 그 캐릭터가 저와 어울릴 것 같아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라며 “처음엔 최재영 감독님께 오디션을 봤는데 ‘몸이 좋냐’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허벅지는 자신있습니다’라고 했더니 웃으셨어요”라며 해사하게 웃었다.
인터뷰 내내 사람 좋은 웃음을 웃던 강홍석은 실제로 183cm의 큰 키와 듬직한 덩치를 자랑한다. 묵묵하고 과묵하지만 귀여운 성격의 수행비서 양철을 연기하기 위해 그는 어떤 준비를 했을까.
“캐스팅이 되고 기쁜 마음에 대본 현장으로 가서 대본을 읽었어요. 처음 4회까지 대본이 나왔는데 그땐 대사가 두 줄 뿐이었어요. ‘부회장님 들어오십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 정도가 다였죠. 사실 사람인지라 실망을 안 할 순 없어서 제가 나오는 신이 많았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러다 회식 자리에서 감독님께서 제게 ‘널 그냥 캐스팅하지 않았을 거다. 분명 이유가 있다’고 하셨어요. 그 말씀이 그냥 하시는 소리가 아니라 진심이라 느껴졌어요. 그러면서 ‘나 한 번만 믿어달라’고 하셨죠. 오디션장에서 덩치는 큰데 귀여운 포인트가 있다며 그걸 보셨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제가 뮤지컬배우다 보니 노래에 자신이 있어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까지 넣어주시면서 신경 써주셨죠. 정말 감사했어요.(웃음)”
강홍석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배우 황보라(봉세라 역)와 귀여운 커플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두 사람의 커플 케미를 좋아하는 마니아 팬이 있을 정도였다.
강홍석은 “(황)보라 누나와 연기는 정말 재밌었어요. 누나는 탱탱볼처럼 통통 튀는 매력이 있는데 그게 화면에 잘 나타났죠”라면서 “통통 튀는데 제가 하는 연기를 잘 포용해줘요. 저보다 누나라 그런지 극중에서 연상연사 성정으로 나와요. 물론 외모는 제가 누나보다 많아 보이지만 좋은 상대배역을 만나서 너무 감사했어요”라고 마음을 보였다.
드라마 속에서 활기를 불어넣은 일명 ‘양봉커플’인 두 사람은 여러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특히 기억나는 장면에 대해서는 ‘콜라고백’ 장면을 언급하며 박장대소 했다.
“콜라로 고백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였어요. 그 장면이 드라마에서는 10분의 1 정도밖에 안나왔는데 현장에서 카메라 감독님을 포함해서 스탭들이 너무 웃겨서 한 10분간은 웃느라 촬영을 못했던 것 같아요. 누나가 실제로 보면 정말 예쁘고 옷도 잘입고 몸매도 좋은데 본인이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에요. 그래서 더욱 멋지죠. 콜라고백하는 장면은 대본 자체도 정말 좋았어요. 극중 양 비서는 봉과장의 털털한 매력을 좋아하는 캐릭터였죠. 봉과장이 가진 걸크러쉬 매력에 끌리는 캐릭터랄까요.(웃음)”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 때문일까. 현장 분위기 역시 매우 좋았다. 다소 낯선 드라마 현장이었지만 금방 적응 할 수 있었던 게 주변 사람들의 배려 덕분이었다. 그는 “드라마 현장이 확실히 시간에 쫓기다보니 장난을 한다거나 그러기엔 빠듯해요. 더군다나 하루에 찍는 양이 영화의 몇 배가 되다보니 연기할 때는 웬만해서는 집중하고 빨리 끝나게 해주는 게 배우들에게는 예의라고 생각했죠”라며 “스탭분들도 배우분들을 생각해서 뛰어다니셔요. 그게 정말 프로페셔널해 보였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에피소드라고 하면 딱 두 개가 생각나요. 앞에서 말했던 콜라 고백 장면과 뽕 장면이요. 뽕을 주워주는 장면이 끝나자 스탭 분들이 ‘왕자님 같다’고 하셨어요. 매력을 흘렸잖아요”라고 웃으며 “뽕 씬은 제가 보면서도 재밌더라고요. 상황 설정도 재밌었고 카메라 각도도 재밌었어요”라고 장면을 회상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주인공인 박서준-박민영 뿐만 아니라 주변인물인 조연들까지도 어느 캐릭터 하나 버릴게 없었다. 조연들의 역할이 빛난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강홍석은 자신의 애드립을 살려준 박준화 감독님에게 큰 애정을 드러내며 “애정을 담아서 애드립을 잘 살려주셨어요. 배우들 사이에서는 ‘갓준화’라 불리시죠”라며 감사해했다.
“사실 모든 드라마는 주인공이 위주다. 특히 (강)기영이 형과 보라 누나가 축구 경기로 치면 윙백 역할을 할 정도였죠. 저 역시도 감독님이 만들어주시지 않았으면 안 됐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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