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긴급 조찬회동을 열었다. 두 경제 컨트롤타워가 만난 것은 올해 들어 네 번째다. 지난해까지 포함하면 김 부총리 취임 이후 여덟 번째다.
네 번째 만남에서 두 경제수장은 좀처럼 웃지 못했다. 상반기 한국경제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하반기에도 각종 대내외 변수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만남은 사뭇 진지했다. 처음 악수하는 자리를 제외하고 시종일관 긴장감 있고 진중한 흐름이 이어졌다. 하반기 한국경제가 자칫하면 하방 리스크로 무너질 수 있다는 경각심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주제도 △미‧중 무역전쟁 △고용 침체 △최저임금 인상 등 각종 경제 현안이 거론됐다. 상반기를 지난 시점에도 한국경제가 살아나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커지자, 경제 컨트롤타워가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하반기 최저임금 ‘후폭풍’··· 묘수 있나
김 부총리는 “우리는 하반기에 있을 하방 리스크에 주목한다”며 “미‧중 무역마찰에 따른 국제무역 환경 변화에 대한 대처와 최저임금 결정 등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내외 변수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조찬 회동에서 화두는 단연 ‘최저임금’이었다. 두 수장 모두 최저임금이 하반기 한국경제 ‘뇌관’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이 총재와 회동한 후 기자들과 만나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올해 일부 연령층, 업종 등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현실화하는 조짐이 보이고 사업자 부담능력을 고려할 때 고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혁신경제 등을 위한 경제심리 촉진 측면에서도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이 영향을 줄 수 있지 않나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그러나 일자리 안정자금이 3조원 한도를 초과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부대 의견에서도 내년 일자리 안정자금에 3조원 한도를 정하고, 간접 지원하는 방안과 연착륙 방안을 내놓으라고 했다”며 “일자리 안정자금이 3조원 한도를 초과하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했다. 이후 자영업‧소상공인 반발 등 후폭풍이 거세지자, 김 부총리와 이 총재가 긴급회동에 나섰다.
◆한국경제 곳곳이 지뢰밭··· 경제성장률 3%대 가능한가
한국경제는 하반기에도 안팎으로 어려움이 상존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12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을 3.0%에서 0.1% 포인트 낮춘 2.9%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들어 악화하는 고용 상황과 투자·소비 부진 등이 심상치 않았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최근 급등세인 환율 문제도 논의 대상이다.
지난 12일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1130원을 넘어서는 등 불안한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가 견실한 성장을 지속하면서 동시에 외환시장 안정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줄 리스크 요인이 많다”며 “글로벌 무역분쟁 전개 상황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이나 고용 등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신흥국으로 금융 불안이 확산될 수 있어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머리를 맞대 리스크가 어떻게 전개될지, 또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과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찬 모임이 새삼 주목되는 이유는 정부가 오는 18일 발표할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한은 의견을 반영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경제성장률 3%대를 고수할지도 지켜볼 부분이다.
이에 대해 김 부총리는 “잠재성장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하방 위험요인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모임 자리에 김용진 기재부 2차관이 참석한 배경도 지금까지 두 수장이 스킨십 차원으로 만났던 것과 다른 부분을 의미한다. 김 차관이 한은 모임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부총리는 “2차관까지 방문한 것은 경제 전반에 대한 인식을 교환하고 공유하기 위해서다”며 “하반기 경제운영에 대한 말씀도 함께 나누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