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12일 현대·기아자동차와 함께 국내에서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를 공식 출시하면서 한국은 전 세계에서 32번째 서비스 대상국이 됐다. 미국과 일본 등 다른 국가보다 최대 3년 이상 늦게 안드로이드 오토가 출시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우리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구글은 2015년 5월 미국에서 현대차와 손을 잡고 안드로이드 오토를 최초로 선보였다. 이어 2016년 7월 일본에서도 안드로이드 오토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올해 상반기까지 전 세계 31개국에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안드로이드 오토의 핵심 기능인 내비게이션 구동을 위해서는 ‘구글 지도’ 탑재가 필수적인데, 이 구글 지도가 한국에서는 정부 규제로 인해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구글은 2016년 구글 지도의 정상적인 국내 서비스를 위해서는 국토지리정보원의 5000분의1 지도가 필요하다며 반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위성 서비스에서 국가안보시설을 지우거나 저해상도로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구글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 반출 불허 결정을 내렸다.
우리 정부의 이런 결정에 구글 지도가 국내에서 실시간 교통정보와 3D 지도, 자동차 운전경로 안내 등을 서비스하지 못하자, 이를 기반으로 한 안드로이드 오토 역시 국내 출시가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구글은 우리 정부의 지도 반출 불허 의사가 확고하다고 판단, 지도 반출을 사실상 포기하고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내비’를 기본 내비게이션 앱으로 탑재한 안드로이드 오토를 출시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구글은 이날 안드로이드 오토 국내 출시 발표 현장에서 ‘한국 서비스 출시가 늦어진 이유가 무엇이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정부를 의식한 듯 말을 극도로 아꼈다.
업계에서는 2015년 구글이 미국에서 현대차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최초로 선보이고도 국내 출시가 늦어진 것을 두고 ‘과도한 정부 규제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전 세계에서 여러 지도를 통해 청와대와 군부대 등 국내 주요 보안시설을 확인할 수 있는데도 유독 한국 내에서만 이를 확인할 수 없게 막는 것은 실효성이 없는 규제라는 것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오토는 운전자가 운전 중 각종 서비스를 안전하고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획기적인 서비스로, 현대차가 구글과 함께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도 정작 국내에서는 서비스하지 못해왔다”며 “현재 전 세계에서는 구글 지도로 혁신적인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하고 있지만, 우리는 철저하게 소외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도 “현대·기아차가 최근 출시한 차량에는 이미 안드로이드 오토를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적용되고도 이를 서비스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졌었다”면서 “4차 산업혁명 속 글로벌 흐름을 우리 정부가 실효성 없는 과도한 규제로 지속적으로 가로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여전히 지도 반출 불허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의 한 관계자는 “이전과 입장이 달라진 것은 없다. 구글 지도 반출 불허 결정 이후 구글로부터 추가적인 문의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