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중국의 이 일화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복합적이다. 물 문제가 우리의 삶을 좌우할 만큼 매우 중요한 현안이라는 것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물 문제는 매우 정치적이기도 함을 주장하는 것이다. 우와 곤의 치수 방식이 달랐던 것은 단순히 개인의 견해차이에서 비롯된 사건이 아닐 수도 있다. 물 문제에 접근하는 통치 집단 내 관점의 차이, 이해관계의 차이가 정책의 변화로 이어진 사건일 수 있는 것이다.
집단에 따라 서로 다른 물에 대한 관점을 고민하다 보니 낙동강 상류에 있는 한 공장 이야기가 생각났다. 지어진 지 50년이 다 되어가는 영풍 석포제련소다. 최근 5년간 이 공장은 환경단체들로부터 낙동강 상류 환경오염 주범으로 지목되어 왔다. 처음에는 봉화 일대 환경운동가들이 주장하는 국지적인 이슈였다가, 안동호로 프레임이 확장되더니 이제는 대구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까지 나섰다. 여차하면 낙동강 하류인 부산과 마산, 창원, 진해 일대로도 범위가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운동가들이 주장하는 프레임은 매우 단순하다. “안동호 주변에서 왜가리와 물고기가 폐사한 원인은 중금속 때문이며, 여기에는 호수로부터 100킬로미터 떨어진 영풍 석포제련소의 배출물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자원공사가 지난해 8월 내놓은 레포트에 따르면 안동호에는 매우 큰 규모의 하천부지 경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규모는 약 76만평. 축구장 220배 크기 이상 되는 어마어마한 공간이다. 그 중 48만 평은 불법 경작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수몰민들을 배려하기 위해 이루어졌던 하천 내 경작 허가가 점점 확대되어 대규모 영농으로까지 이어지게 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생기는 야만 행위다. 시비, 퇴비 등을 무더기로 하천변에 쌓아 놓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강으로 휩쓸려 가도 아무런 제재가 없는 형편이다. 부영양화(富營養化)는 이런 오염물질들이 과도하게 강으로 유입되어 물을 탁하게 만들고, 그 주변의 물고기들과 새들이 죽어 나가게 하는 과정이다.
‘대학연의’는 치수를 포함한 농업 현안을 이른바 ‘농용팔정’(農用八政)이라고 표현한다. 농업은 먹는 것뿐만 아니라 재화, 공동체 의식을 위한 제사, 토목과 건설, 교육, 치안, 외교, 군사 등 매우 방대한 일과 연관된 종합 예술이라는 것이다. 물 문제를 단순히 특정 지점의 수질 이슈로 국한시켜 정치화하다 보면 애꿎은 사람들만 다칠 위험이 크다. 영풍 석포제련소 문제가 그렇다. 낙동강 환경 오염의 본질을 회피한 채 석포 주민들만 잡을 공산이 큰 ‘정치운동’은 자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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