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 중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또 한번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신 회장은 지난달 29일 도쿄 신주쿠 본사에서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지켰다.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부회장의 이사 해임안,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이사 선임안이 모두 부결된 것. 이들 안건은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제안해 상정된 것으로,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했다.
위기감이 커진 신동빈 회장은 주총 참석 후 반드시 돌아오겠다며, 지난 12일 법원에 보석을 신청했으나 28일까지 법원 결정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등 비상경영위원회 대표단 4인이 당일 신 회장의 서신을 들고 일본을 찾아 주주 설득 작업에 돌입했다.
결국 일본 주주들이 주총 당일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신 회장은 ‘옥중 경영권 방어’를 이룰 수 있었다. 롯데지주는 주총 직후 “신 회장이 부재중인데도 일본 주주들이 다시 한번 지지를 보내줘 다행”이라며 “어려운 상황이 빨리 극복돼 한일 롯데의 경영이 불안정해지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신동빈 회장이 이번 승리까지 더해 신 전 부회장과의 표대결에서 5전5승을 거둔 비결은 ‘한국롯데의 뛰어난 실적’과 ‘리더십’ 때문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이른바 ‘형제의 난’ 이후 2015년 7월부터 경영을 이끌어온 신동빈 회장은 형인 신 전 부회장에 비해 압도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한국 롯데 매출(96조원)을 일본 롯데 계열사 매출(4∼5조원)의 20배 넘게 성장시켰다. 이런 실적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에게 큰 인상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 롯데는 세계 20개국에 진출해 해외 매출로만 11조원을 거두고 있는 반면, 일본 롯데는 해외 진출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신 회장 특유의 저돌적인 리더십도 일본 주주들의 흔들림 없는 지지를 이끌어낸 요인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이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으로 취임한 2004년 이후 롯데그룹은 각종 인수합병을 통해 재계 서열 5위로 부상, 확고한 지위를 다졌다. 신 회장이 정책본부장 취임 이후 진두지휘한 인수합병 건은 40건에 14조원이 넘는다.
다만 롯데홀딩스 주요 주주인 광윤사(28.1%)의 최대 주주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의 지분 27.8%를 보유한 종업원지주회에 대한 포섭 작업을 계속 하고 있어 상황은 유동적이다. 9월 예상되는 신동빈 회장의 2심 판결도 변수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SDJ코퍼레이션을 통해 “이번 주총 결과에 유감”이라면서 “롯데의 사회적 신용, 기업 가치 및 이해 관계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계속 롯데그룹의 경영 정상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