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명 식·음료업계가 중국 시장에서 일탈을 꿈꾸고 있다.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인 KFC는 매장에서 색조화장품인 립스틱을 판매하는 한편, 음료업체인 코카콜라는 의류브랜드 ‘드레스·코카콜라(Dress·可口可樂)’를 출시하고 단독 매장의 문을 열었다.
해외 식·음료업체들이 중국 소비자 변화에 대응책으로 현재 급부상 중인 패션·뷰티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중산층이 점차 늘면서 중국 식품 트렌드는 햄버거, 콜라 등 건강을 해치는 음식보다 유기농과 같은 건강식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상보(北京商報)는 최근 코카콜라의 음료 판매 부진이 패션시장으로의 진입을 부추겼다고 26일 전했다. 신문은 “탄산음료 판매 부진이 코카콜라의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코카콜라는 최근 의류 전문브랜드 ‘드레스·코카콜라’ 첫 매장의 문을 열었고, 향후 매장의 수를 중국 전역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코카콜라가 부진 극복을 위해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으면서도 음료업 이외 다른 업종으로의 진출을 시도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코카콜라의 파격적인 움직임에 모든 업계가 주목하고 있으며, 코카콜라의 변신이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코카콜라의 이런 변신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코카콜라의 첫 의류매장은 충칭시 아이룽후이청(愛融薈城·ifPLAZA)에 들어섰다. 해당 매장에는 티셔츠, 청바지, 모자, 신발, 백팩 등 다양한 패션용품이 판매된다. 품목별 제품 디자인 대부분이 코카콜라를 연상케 한다. 코카콜라는 단독 의류매장 설립 이외에도 이탈리아 의류제조업체 알비세티(Albisetti)와 손을 잡고 패션브랜드를 출시하고, 올해 중국에서 첫선을 보이기도 했다.
코카콜라 본사 관계자는 “회사는 식·음료사업 이외 다른 업종의 오프라인 매장을 전 세계에서 소규모로 운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충칭시 ‘드레스·코카콜라’ 매장도 해당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밝혔다. 코카콜라는 지난달 한국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과 협업해 ‘코카콜라 화장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더페이스샵은 코카콜라 특유의 강렬한 빨간색 로고 등을 화장품 패키지에 적용했다.
글로벌 유명 패스트푸드 브랜드인 KFC도 중국 색조화장품 업체와 손을 잡고 매장에서 립스틱을 판매하는 이색 마케팅을 펼쳤다. 지난해 5월 중국 KFC는 색조 화장품 브랜드인 ‘마리다이자(瑪麗黛佳·Mariedalgar)’와 업무 협력을 맺고 ‘베리(Berry) 립스틱’ 한정판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했다.
당시 중국 화장품 온라인 전문매체 핀관왕(品觀網)은 “KFC가 중국 소비시장에서 인기가 급부상하는 립스틱을 이용해 현지 인지도를 높일 기회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립스틱은 중국 여성 소비자의 75%가 사용할 만큼 일상생활 필수용품으로 꼽힌다.
핀관왕 보도에 따르면 KFC가 자사 제품 치킨 프라이드의 매출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립스틱 판매를 시작한 것에 대해 중국 소비층은 기대감과 불안감을 동시에 나타냈다. 하지만 이들이 형형색색으로 꾸며진 KFC의 이벤트 매장에 들어선 순간 불안감은 사라졌다. 매장을 방문한 한 여성 소비자는 “매장 내 진열된 귀여운 아이스크림과 립스틱을 거부할 수 없었다”며 KFC의 화장품 판매를 반겼다.
KFC와 마리다이자 관계자는 “이번 이벤트의 궁극적인 목적은 매출이 아닌 식품업계와 뷰티업계의 협력”이라며 “관련 업계에 새로운 열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유통업계 전문가인 후춘차이(胡春才) 상하이상이(上海尚益)컨설팅 대표는 “코카콜라, KFC 등 식음료업체들이 실적 개선과 인지도 향상을 위해 패션·뷰티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이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마케팅 활동에 불과하다”며 “주요 사업이 식·음료 시장에서 보여준 적극성을 나타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