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하며 국내 자동차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볼보자동차는 지난 5일부터 2019년형 S90의 국내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새로운 연식의 S90의 가장 큰 특징은 가격이다. 이전 연식에 비해 무려 600만원이나 차 값을 낮춘 것.
지난 연식의 모델과 크게 달라진 게 없음에도 이런 가격절감이 가능했던 것은 생산지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S90는 2018년형 모델까지는 스웨덴에서 생산한 모델이 수입됐었지만 볼보가 S90의 생산기지를 전부 중국으로 이전하며 2019년형부턴 중국에서 생산된 S90가 수입된다.
스웨덴산 자동차의 경우 우리나라로 수입할 때 관세가 면제되지만 중국산 자동차의 경우 8%의 관세가 부과된다. 그럼에도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와 지리상 이점을 통한 물류 절감으로 이같은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셈이다.
중국산 S90는 이전모델 대비 가격경쟁력이 강화된 것이 사실이지만 판매가 잘 이뤄질지는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Made in China' 기피인식 때문이다. 아무리 저렴하다고 해도 중국산 제품의 품질을 믿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만연하다. 이윤모 볼보차코리아 대표는 "볼보만의 엄격한 글로벌 품질·제조 기준을 전 세계 공장에 동일하게 적용한다"며 "생산국과 상관없이 볼보자동차는 동일한 품질과 성능을 지닌다"고 강조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샤오미나 DJI 등 저렴하고 좋은 품질로 인정받는 중국산 브랜드가 많이 생겨났고 중국산 자동차의 품질이 높아지고 있다곤 하지만 안전과 직결되는 자동차에 대해선 인식의 장벽이 더 클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러나 만약 중국산 S90가 우리나라에서 성공을 거둘 경우 자동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볼보의 다른 차종은 물론이고 다른 브랜드의 중국산 제품까지 물밀 듯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최근 중국 지리자동차를 대주주로 맞은 다임러그룹의 메르세데스-벤츠도 중국산 자동차를 국내로 수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 코리아 사장은 "중국 생산이 수요를 못 따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한국에 '중국산 벤츠'가 들어올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역으로 중국내 소비가 둔화돼 생산여력이 수요를 넘어설 경우 언제든 중국산 벤츠가 한국시장으로 넘어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중국에서 현지업체와 합작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대부분의 브랜드가 한국시장을 넘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국내시장을 노리는 중국산 차는 글로벌브랜드 뿐만이 아니다. 중국 현지 브랜드도 국내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자동차 브랜드 동풍소콘(DFSK)을 국내에 수입하는 신원CK모터스 이강수 대표는 최근 신차발표회에서 “올해 판매목표는 1500대이고, 향후 5년 내에 한국 수입차시장 1위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중한모터스 등이 중국산 자동차 수입을 시도했다가 성공하지 못한 전례가 있지만 이는 제품문제라기보단 AS 등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볼보코리아의 AS망을 사용할 수 있는 S90가 우리나라에서 성공을 거둘 경우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