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군 당국이 19일 북·미대화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우선 오는 8월로 예정됐던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중단한다고 발표하고, 추가조치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 따라 미국이 북·미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향후 키리졸브(KR) 연습, 독수리(FE)훈련도 추가로 중단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결정은 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적대감과 안전보장 요구를 고려한 조치"라며 "이로 인해 김정은 위원장은 더욱 신속하게 비핵화를 진전시키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이 바로 이날 중국 베이징을 전격 방문, 시진핑 국가주석과 세 번째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특히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에서 밝힌 비핵화의 대가로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를 협의하고,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북·미 간 후속협상이 이뤄지면 비핵화 시간표도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18일(현지시간) 6·12 북·미 정상회담 내용의 구체화를 논의하기 위해 곧 또 다시 북한을 방문, 김 위원장을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며 "이에 따른 대가로 트럼프 대통령이 정전협정을 바꾸고, 안전 보장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큰 틀에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의 '정전협정 변경' 언급은 평화체제 완성의 프로세스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종전선언으로 첫발을 떼고 기존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수순을 거쳐 종착역에 해당하는 북·미 수교로 이어지는 밑그림을 구상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북·미 정상은 지난 싱가포르 회담에서 북한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맞교환하고, 정상 간 상호 방문하기로 했다. 또 후속 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가속화한다고 합의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내놓을 실천적이고 선제적인 비핵화 조치는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아울러 미사일 엔진 실험장 파괴 후에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 비핵화 조치를 잇따라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이전에 7월중으로 미사일 엔진 실험장 파괴 등 비핵화 조치를 행동으로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며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때와 마찬가지로 언론을 초청하고, 전문가도 초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고위급 협상 과정에서 핵탄두와 핵물질, 핵시설 등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고 이에 대한 사찰을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사일 엔진 실험장을 파괴하겠다는 약속 이행을 늦추고 있는 데에는, 중국과의 협의 결과와 미국의 움직임에 따라 속도를 조절해가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단 우리 정부는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각 분야 남·북 회담을 진행, 북한과 대화 국면을 유지해가면서 상황을 신중하게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UFG 중단에 대한 북한의 상응조치'에 대한 질문에 "북한은 지금까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비핵화 의지를 실천적이고 선제적으로 보여준 측면이 있다"며 "대화가 지속되고 비핵화의 실천적인 모습이 지속되는 한 군사연습도 계속 유예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기 등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느냐'고 묻자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