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모두 무역 이슈에 강경한 모습을 보이면서 글로벌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이로 인해 원화가치가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했다. 원화는 통상 위험통화로 분류되기 때문에 외부 변수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15일(현지시간) 500억 달러(약 54조1250억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중국도 500억 달러 상당의 659개 미국산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최근 환율은 1070원대를 중심으로 박스권 흐름을 보였다. 북·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12일 1077.2원에서 13일 1083.1원, 15일 1097.7원으로 레벨을 급격히 높였다.
진용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변동성이 확대된 것은 미국의 매파적 신호보다 유럽의 비둘기파적인 회의 결과 때문"이라며 "이는 급격한 유로화 약세, 달러의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고 이는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한·미 금리 차이가 벌어진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재차 불거지면서 당분간 자금유출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외국인은 5거래일 연속 매물 폭탄을 쏟아냈다. 외국인이 이 기간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팔아치운 규모만 1조4745억원에 달한다. 신흥국 역시 마찬가지다. 국제금융센터 주간 글로벌자금흐름 동향을 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을 앞둔 7∼13일 인도와 태국에서는 각각 4억 달러(약 4400억원)가 유출됐다.
채권시장도 다르지 않다. 신흥국 전체로 보면 8주 연속 자금이 순유출된 반면 북미 증시에는 97억 달러(약 10조6700억원)가 유입됐다. 13주 만의 최대 규모다. 신흥국 시장에서 유출된 자금이 미국으로 쏠리는 '머니 무브'가 현실화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악재가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는 유로존의 소비 및 제조업 지표가 개선되면서 ECB의 비둘기파적인 스탠스가 매파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경우 고점이 제한적으로 높아질 수 있지만 상승 속도가 워낙 가팔라서 단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단기간에 오버슈팅하는 경우 강한 되돌림이 나오기 때문에 오히려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긴축과 신흥국 위험이 맞물린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며 "선진국과 신흥국의 통화정책 차이, 미국을 제외한 다수 국가에서 진행되는 경기 둔화로 달러화 강세와 신흥국 통화 약세, 신흥국 자본유출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