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정종숙 WM그룹 상무의 첫인상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거침없는 승부사'다. 큰 체구는 아니지만 강력한 추진력과 상쾌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어떤 일이 맡겨져도 머뭇거리기보다 일단 하고 보자는 그의 성격은 짧은 대화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정 상무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학창시절부터 리더 역할을 자주 맡았기 때문에 리더십과 책임감을 일찍부터 몸에 익힐 수 있었다"며 "수많은 경쟁을 거치면서 동료직원들과 혼연일체가 되어 크고 작은 결과를 만들어낸 과정 모두가 소중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 정 상무는'영업통'으로 유명하다. 지점장 10년, 본부장 2년 등 현장영업 기간 12년 동안 프라이빗뱅커(PB)의 최전선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에서 맹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번 하기도 힘든 영업점 전국 1위를 3년 연속 달성할 정도였다. 그 결과 우리은행 유일의 여성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었고, 현재 720여명의 자산관리전문가들의 수장이다.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었다. 영업을 위해 퇴근 후와 주말에도 가족 대신 고객과 만나는 시간이 많았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업무에서 공정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함께하는 직원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작은 성취 하나에도 남들보다 큰 의미를 뒀다. 솔선수범과 동기부여를 통해 '흙속의 진주'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여성 후배들은 노력과 열정으로 유리천장을 깨야 한다"며 "최근에는 남성을 훨씬 능가하는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여성들이 조직 내에서 눈에 많이 띈다"고 후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진주' 같은 소중한 인재는 남녀 관계 없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이 직원은 어떤 상사를 만나든 무한한 신뢰를 받게 되어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정 상무의 집무실에는 김연대 시인의 '상인일기'가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다. '상인은 오직 팔아야만 하는 사람/ 팔아서 세상을 유익하게 하는 사람/ 그러지 못하면 가게 문에다 묘지라고 써붙여야 한다'는 마지막 구절을 인용해 후배들에게 '직업 혼'을 불어넣고 있다.
그는 "영업 현장을 다닐 때마다 후배들에게 '상인일기'를 인용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며 "행원으로서 항상 가슴속에 새겨야 할 내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