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규의 알쓸軍잡] 북미 ‘세기의 만남’ 앞두고 하늘 위 첩보전 치열

2018-05-3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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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신호첩보수집용 정찰기 수도권 상공서 식별…러 정찰기ㆍ중 폭격기 일본 동ㆍ남부지역 침범

‘세기의 만남’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매일 치열한 정보전이 펼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이 정찰자산을 일본으로 집결시켜, 한반도 상공에 정찰기가 출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찰기들은 북한의 동태를 면밀히 살피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9일 한반도 상공에서 식별된 RC-135W. 사진=미 공군 제공]


▲최근 한반도에 출몰하는 미 정찰기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9일 콜사인 ‘TORA35’인 RC-135W 리벳조인트(Rivet Joint)가 한반도 수도권 상공에서 식별됐다. RC-135W는 통신·신호를 감청할 수 있는 신호첩보(SIGINT)수집용 정찰기다.

각종 전파를 수집하는 안테나가 기수에 달렸다. 이 안테나는 일본 상공에 떠 있어도 한반도 전역의 통신을 도청하는 것은 물론, 발신지를 추적할 수 있는 정도의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9일 한반도 상공에서 식별된 RC-135W 항적. 사진=CivMilAir 캡처]

 

평상시에는 미 본토 네브래스카주 오풋 기지에 주둔하고 있다가, 유사시 외국에 파견된다. 실제 남·북의 군사적 긴장감이 한창 고조되던 지난해 11월부터 자주 출몰하다, 대화국면으로 전환된 지난 2월 평창올림픽 후로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항공기의 위치는 트랜스폰더(항공기 위치 발신장치) 신호로 파악할 수 있다. 통상 다른 항공기와 충돌 사고를 막기 위해 트랜스폰더를 켜야 한다. 하지만 임무나 작전 수행 중에는 이를 꺼버리는 사례가 많다.
 

[지난 23일 식별된 DHC-8 항적. 사진=CivMilAir 캡처]


미 중앙정보국(CIA)이 운영하는 게 공공연한 사실로 드러난 DHC-8, 콜사인 ‘COACH 11’은 지난 2월 요코타 기지에서 처음 목격됐으나, 지난 23일에서야 남중국해에서 항적이 식별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CIA가 북한의 불법환적을 감시하기 위해 투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다 보니 평소에 트랜스폰더를 켜지 않는다. 그런데도 최근에 식별됐다는 것은 일종의 경고의 메시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군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곳에선 북한의 불법환적이 자주 적발된다.
 

[지난 26일 식별된 DHC-7 항적. 사진=CivMilAir 캡처]


주한미군의 정찰기 DHC-7도 떴다. ‘VIGL 35’란 콜사인을 가진 이 정찰기는 지난 26일 서부전선과 가까운 수도권 상공에서 비행했다. 미8군 제501정보여단 소속으로 통신·영상 정보 수집 임무를 수행한다.
 

[E-8C 조인트 스타즈. 사진=미 공군 제공]


▲항적 잡히지 않지만 지금도 어딘가 떠 있을 정찰기들

RC-135W와 동일한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RC-135V, 콜사인 ‘RONIN 79’는 지난 25일 일본 가데나 기지에서 이륙하는 모습이 목격됐으나, 항적이 전혀 식별되지 않았다.

다만 이 정찰기의 운용 목적은 분명하다. 지금도 어디선가 비밀리에 정찰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 21일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있을 때만 미국 네브라스카 주 오풋 공군기지에서 일본으로 날아오는 RC-135S Cobra Ball(콜사인 ‘RONIN 80’)과 E-8C Joint STARS(콜사인 ‘RONIN 31’)가 가데나 기지에 착륙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RC-135S는 ‘측정정보’(MASINT) 수집정찰기로, 공중에서 적외선 센서로 미사일을 추적해 탄도미사일 발사 위치, 사거리, 속도, 궤적 등을 추적한다. 함께 동원된 E-8C는 항속거리가 920㎞에 이르는 지상감시 특수정찰기다.
 

[지난 29일 요코타 기지에서 포착된 글로벌 호크.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제공]


9~12㎞ 상공에서 △북한군 지대지미사일 △야전군의 기동 △해안포·장사정포 기지 등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감시할 수 있다. 성능이 워낙 뛰어나 해당 정찰기들은 전략 자산 무기로 설정돼 수출이 금지돼 있다.

주일 미군의 핵심정찰기인 고고도 무인항공기(HUAV) ‘글로벌호크’(RQ4)는 지난 29일 새벽 3시에 치토세 기지에서 요코타 기지로 이동배치됐다.

글로벌호크는 지상 20㎞ 상공에서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장비 등을 통해 지상 30cm 크기 물체를 식별하는 첩보 위성급 정찰기다.
 

[요코다 기지에 착륙하는 에어포스 2.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또 한 가지 특이동향이 포착됐다. 미국 부통령 전용기인 ‘에어 포스 2’가 지난 28일 요코타 기지에 착륙했다. 에어 포스 2는 항속거리가 1000km에 달해 통상적으로 중간 기착지를 두지 않는다. 만약 연료가 부족하다면 경호상의 문제로 공중 급유만 받는다.
 

[TU-142 정찰기. 사진=러시아 해군 제공]


▲미 정찰기 총동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러

러시아의 Tu-142 정찰기가 지난 11일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을 침범해 일본 북동부 지역을 헤집고 다니다, 유유히 돌아갔다. 이어 지난 25일에는 중국의 H-6K 전략폭격기가 일본 남부 지역을 침범했다.
 

[지난 11일 JADIZ를 침범한 러시아 Tu-142 정찰기 항적도. 사진=일 항공자위대 ]


최근 이런 러시아와 중국의 움직임은 한반도의 평화 국면에서 소외되는 것을 우려, 군사적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미국을 의도적으로 도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지난 11일 동시다발적으로 미국에 도발을 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제공]


Tu-142 정찰기가 JADIZ를 침범했을 당시, 폭격기 TU-95 2대가 알래스카 서부 해안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근접하기도 했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알래스카 기지에 소속된 스텔스 전투기 F-22 2대가 폭격기와 대치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중국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바로 다음 날, 이어도 사이 카디즈(KADIZ)를 침범한 뒤 강릉 동쪽 74㎞까지 근접해 우리 공군이 전투기 긴급발진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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