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북·미관계 속에서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가 쉽지 않은 것으로 지적된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의 한국 정부 면담이 연이어 진행돼 왔지만 아직까지는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실질적인 비핵화 절차가 한국의 신용도 상승 여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지난 24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통보로 또다시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 취소 사흘만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격적으로 2차 남북정상회담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도 26일(현지 시간) 북미정상회담과 관련,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이 바뀌지 않았다”며 회담 추진을 공식화했다.
한반도 내 평화 조성을 위해 추진됐던 북·미정상회담이 우여곡절 속에 재개될 예정인 가운데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대한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시각 변화에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달 미국 워싱턴D.C.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무디스 등 3대 국제 신용평가사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 등 최고위 관계자와 잇달아 면담했다.
지난 17일에도 김동연 부총리는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S&P 연례협의단과의 면담을 가졌다.
이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대체적으로 한반도 내 평화 분위기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향후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 상향 여부에 대해서는 극도로 조심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국제신용등급을 상향시키는 문제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상당히 보수적인 입장에서 상황 흐름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이들 국제신용평가사들의 국가 신용등급 상향이 조속히 이뤄지길 기대하는 눈치다. 미국 금리 인상을 비롯해 환율 변화 등 각종 변수들이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를 꺼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증시 상황을 보면, 외국인들이 4개월째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2월 1조5611억원을 팔아치우면서 3월 5970억원, 4월 1조2509억원치를 추가 매도했다. 또 지난 24일 기준 이달에도 1조6458억원 어치가 매도됐다.
여기에 미국 국채금리가 3%대를 돌파했고, 국제유가마저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신흥국 시장의 자금유출 현상이 국내에서도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북·미정상회담 재개가 예고되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한반도 문제의 향방을 예측하는 게 어렵다는 목소리도 끊이질 않는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한반도 안팎의 외교적인 반전이 한국 내 이익 불확실성만을 높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북한관계 한 전문가는 "북한 비핵화 합의 이후 경제협력 등에 대해서는 미국 내 정치권의 전향적인 이해가 필요한데, 이 부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지정학적 리스크는 갑작스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미정상회담의 성과와 이후 미국과 북한의 진전된 행동까지 이어질 때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시각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