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독전’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범죄극. 이번 작품에서 조진웅은 실체 없는 조직을 잡기 위해 모든 것을 건 형사 원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시나리오를 보면 대상을 만나고, 깨지는 식으로 어려울 게 없을 것 같더라고요. ‘감정이야 잡으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연기하면 할수록 이상하게 뭐가 걸리더라고요. 락(류준열 분) 캐릭터가 특히 마음에 걸렸어요. 대답 없는 상대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고 있는 듯 묘한 어긋남이 있었죠.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락이 원호에게 ‘그래서 뭐 어쩌실 건데요?’라고 묻는데 그게 마치 저에게 하는 말 같더라고요. 희한하다고 생각했어요. 스트레이트한 범죄오락영화인데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는 느낌이 들었어요. 머뭇거리게 되더라고요.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뭐부터 꺼내야 할지 모르겠는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해석하기 나름인데 저의 생각에서 오는 현상인 것 같았어요.”
원호의 혼란을 온몸으로 받았던 조진웅. 그는 고민 끝에 “정답 맞히기보다 시원하게 달려가 보자”고 마음먹었다고.
조진웅을 의문에 빠트리고 또 도움을 줬던 것은 락과 류준열이었다. “류준열 덕에 현장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그는 “류준열로 하여금 락에 대한 힌트를 얻은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자신을 바라보게끔 했다”고 답했다.
“준열이는 참 예쁜 놈이에요. 긍정적 에너지가 있는 아이죠. 준열이 덕에 원호 역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일단 락을 바라보게끔 했죠.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할까요? 차분하고 진중한 모습과 카메라 밖의 유쾌한 모습 덕에 원호와 락이를 안고 갈 수 있었어요. 상대가 여유로운 덕에 제가 딥하고 센 원호로 갈 수 있었던 거죠. 에너지를 주고받는 것, 그를 응시하게끔 만드는 에너지가 있어서 좋았어요.”
영화 ‘독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극 중 원호가 아시아 마약 시장의 거물 진하림(김주혁 분)과 마약 조직의 중책을 맡고 있는 선창(박해준 분)을 오가며 두 사람을 연기하는 장면이다. 이 선생을 잡기 위해 락과 손을 잡고 진하림과 선창을 연기하는 장면은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 장면에서 중요한 건 누구도 ‘나’라는 존재를 맞닥뜨린 사람은 없다는 거예요. 다들 초면이기 때문에 가능했고 그것에 무게감이 실렸죠. 선창으로서 진하림을 만나는 것, 진하림으로서 선창을 만나는 것은 조금 차이가 있었어요. 선창으로 분했을 때, 진하림을 계속 관찰하거든요. 그의 몸짓이나 표정, 말투 같은 것들을 주의 깊게 보죠.”
조진웅이 연기하는 진하림과 선창의 이미지는 김주혁과 박해준과도 미묘하게 달랐다. 영화의 재미 포인트 중 하나인 부분이었다. “같은 대사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더라”며 조진웅이 바라본 진하림과 선창에 대해 질문했다.
“어휴, 저는 그분들 연기를 흉내 낼 수도 없어요. 특히 주혁 선배는 따라 할 수도 없겠더라고요. 뭐랄까? 눈이 살짝 (맛이) 가 있는데 부러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너무 잘하니까 얄밉더라고.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냥 홀려서 상대를 보게 되더라고요. 리허설 때도 안 보여주시던 걸 카메라가 돌면 막 펼쳐내니까요. 촬영할 때도 그런 재미가 있었죠.”
인터뷰를 마무리 하며 조진웅은 “오랜 시간 영화, 연기를 할 수 있었던 원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같이 있는 와이프나 같이 작업하는 분들이죠. 사람들끼리 잘 안되면 결국 밸런스가 잘 안 맞아요. 작업하면서 결별하고 싸우고 그런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돈 벌려면 영화하면 안 된다고. 그런데 저는 먹고 살 만큼 준다고 생각하거든요. 과분할 정도로요. 아내도 현장에서 직접 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적인 거, 내가 장남이니 집안일 등을 다 책임져줘요. 이들이 있기 때문에 제가 영화를 할 수 있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