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과 베네수엘라를 겨냥해 추가 경제 제재를 시사하면서 국제유가 등 글로벌 경제 지표가 출렁이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촉발된 일부 신흥국들의 통화 위기가 한달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되면서 세계경제 회복세를 압박하고 있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22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72.1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7월물 가격은 배럴당 79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다. 3년 6개월 만에 80달러선을 넘긴 뒤 숨고르기 장세를 보인 것이지만 시장에서는 글로벌 수요나 지정학적 위기를 고려할 때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 이후 이란에 대한 본격적인 경제 제재도 시작했다. CNN머니는 "OPEC의 산유량 감산 이행으로 유가가 이미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의 원유 공급이 어려워진다면 국제유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촉발된 신흥국의 연쇄적인 통화 가치 하락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유가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신흥국 경제 위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22일 기준 3.049% 수준을 보이는 등 심리적 저항선인 3%에 고정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CNBC가 보도했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3%대로 상승했던 4월 말부터 신흥국 투자금의 유출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6일까지 일주일간 신흥국 채권 시장에서는 13억 달러(약 1조4062억원) 규모의 자금이 이탈해 4주 연속 순유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신흥국으로 유입될 자본 규모 전망을 기존 전망치보다 430억 달러 감소한 1조2200억 달러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신흥국 경제에 대한 악재 중 하나로 손꼽힌다. 시장조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금리를 1%p 상향 조정할 때마다 대부분의 신흥국이 갖는 채무상환 부담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0.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제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다수 신흥국이 레버리지 관리에 실패하면서 부채가 사상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면서 "심각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