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르면 다음주 초 대(對)이란 경제 제재를 재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글로벌 원유 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약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고유가 우려에 미국 국채금리도 다시 3%대에 진입하는 등 글로벌 금융 시장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9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 대비 배럴당 2.08달러(3.0%) 상승하면서 71달러대에 진입했다. 2014년 11월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2.37달러(3.17%) 상승한 77.22달러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란은 세계 5위 산유국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에서도 3위 원유 수출국이다. CNN머니는 이날 보도를 통해 "이란은 지난 2016년 초 서방 국가의 경제 제재 해제 이후 하루 1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해왔다"며 "OPEC의 산유량 감산 이행으로 유가가 이미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의 원유 공급이 어려워진다면 국제유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에너지정보업체 S&P글로벌 플래츠에 따르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재개될 경우 이란의 하루 산유량 중 약 20만 배럴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셰일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는 데다 OPEC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할 여력이 있다고 표명하면서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 공격 등 중동의 지정학적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국제 원유 시장의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고 CNN은 전했다.
유가 급등으로 물가상승 우려가 높아지면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3%대에 재진입했다. CNBC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날 대비 0.038%p 높은 3.0061%를 넘어섰다. 지난달 약 4년여 만에 3%를 돌파했다가 2%대로 하락한 뒤 다시 반등한 것이다.
통상 고유가가 물가를 끌어올리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만큼 달러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달러지수는 최근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현재 93.1까지 오른 상태다. 국제유가와 미국 국채금리가 동반 상승하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장기적으로는 신흥국 금융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외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