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 반도체·LG카드 사태 이겨낸 '승부사' 구본무 LG 회장

2018-05-2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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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반도체, 1998년 '빅딜'로 현대그룹에 넘어가 

LG카드, 2003년 유동성 위기로 사재 출연

2011년 1월 구본무 LG 회장이 글로벌CEO전략회의에서 최고경영진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LG 제공]


20일 별세한 구본무 LG 회장은 매출 30조원대 럭키금성을 160조원대 ‘글로벌 LG’로 성장시킨 주인공이지만, 그런 그에게도 아픈 손가락이 두 가지가 있다.

바로 1997년 ‘빅딜’ 현대그룹에 넘겨야 했던 반도체 사업과 2003년 말 ‘LG카드’ 사태가 발생한 금융 사업이었다. 사업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엄격한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시련을 이겨냈다는 게 재계 평가다.
우선 구 회장 입장에서 생전에 '한'으로 여겨지는 것이 반도체 사업의 꿈을 중도에 접은 것이다.

LG의 반도체 사업의 시작은 1989년 5월 금성일렉트론의 설립이다. 금성일렉트론은 1995년 LG반도체로 상호를 바꾸고 이듬해에는 상장도 했다.

이후 LG반도체는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하며 '국내 최초',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독식했다.

구 회장도 반도체 사업을 그룹의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여기며 LG반도체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갖고 있었다.

1990년대 중반 반도체 호황기를 맞아 회사는 고속성장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인 1998년 정부가 '빅딜'에 나서면서 LG그룹의 반도체 사업은 위태해졌다.

구 회장은 반도체 사업에 끝까지 애착을 보이며 LG반도체를 지키려 했으나 결국 1999년 7월 회사를 현대그룹에 넘기게 됐다.

1999년 1월 6일 청와대에서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만난 구 회장은 긴 고민 끝에 “국가 경제를 위해 LG반도체를 포기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1979년 금성반도체를 시작으로 20년간 애지중지 키워온 반도체 사업이기에 구 회장은 눈물을 머금어야 했다.

이후 LG반도체는 현대전자에 흡수 합병돼 이름도 현대반도체로 바뀌었지만 D램 시장 불황과 유동성 위기 등에 시달리다 결국 2001년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됐다.

현대에서 빠져나온 현대반도체는 하이닉스로 이름을 바꾸고 11년을 주인 없는 상태로 지내다 2012년 2월 SK그룹으로 둥지를 옮기면서 지금의 SK하이닉스가 됐다.

SK하이닉스가 이름을 수차례 바꿔가며 새 주인을 찾을 때마다 LG그룹의 재인수 여부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지만, 구 회장은 다시 돌아보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순탄치 못한 성장 과정을 겪었으나 지금은 반도체 '슈퍼호황'을 타고 사상 최고 실적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1분기에는 처음으로 영업이익률 50%대를 돌파하며 SK그룹의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했다.

또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코리아’ 역사를 쓰고 있다. 양사가 합쳐 세계 D램 시장점유율이 70%를 웃돈다.
 

구본무 LG 회장이 2015년 6월 연암해외연구교수 증서수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LG 회장]


반도체 사업보다 더 큰 위기는 2003년 말 LG카드 사태였다.

당시 국내 최대 신용카드사인 LG카드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그룹은 물론 나라 경제가 휘청할 정도였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이 자신이 보유중인 지주회사 LG의 주식을 사재출연 함에 따라 LG카드 사태는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게 됐다.

구 회장은 사태 수습 과정에서 사재를 털어 일부 유동성을 막은 뒤 급기야 2004년 LG카드 부실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LG투자증권 등을 금융사업을 모두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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