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웅의 데이터 政經]
지난 2월 4일 프랑스에서는 하원의원 2석을 놓고 보궐선거가 치러졌으며 두 곳 모두 제1야당인 공화당 후보가 승리했다. 벨포르 선거구에서는 이앙 부카르가 당선됐고, 발두아즈에서는 앙투안 사비나가 재선에 성공했다. 총선이 아니었기 때문에 외신에서 큰 주목을 받진 못했으나 이날 승리의 주역은 단연 두 달 전 공화당 당수로 선출된 로랑 보키에(43)다. 보키에는 2007년부터 프랑수아 피용 내각에서 국무장관 겸 정부대변인, 고용장관, 유럽장관, 고등교육장관 등으로 근무했다. 이후 공화당 사무총장과 제1부당수를 거쳐 2016년 1월 오베르뉴론알프 주지사로 선출돼 일하고 있다. 그는 선거기간 중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중산층과 연금 생활자에 대한 증세 정책 및 이민과 범죄 급증 등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한편 프랑스는 지난해 5월 40세 젊은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을 선택했다. 그는 당선 직후부터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을 낮추는 친기업정책과 법률명령을 통해 노동유연성을 도입하는 등 강력한 경제개혁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취임 1년을 넘어선 마크롱이 받아든 경제성적표는 생각보다 좋은 편이다. 프랑스 통계청(INSEE)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살인적인 두 자릿수 실업률은 조금씩 하락해 8%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최근 1년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최종 2.1%로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 시절 연평균 1%대에 머무른 점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뚜렷한 개선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주요 실물경제 지표와 달리 속사정까지 나아졌다고 할 순 없다. 우선 청년실업률은 여전히 20%를 상회한다. 분기별 GDP 성장률도 지난해 2분기부터 0.6% → 0.5% → 0.7% → 0.3% 순으로 지난해 4분기를 제외하면 하락 추세이다. 특히 금년 1분기는 기업투자 감소 및 가구소비 부진 영향으로 건설업 생산(-1.3%)은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민간서비스업 생산도 최근 4분기 가운데 가장 낮다. 수출 역시 금년 1분기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고 가구 소비자출도 2016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여전히 제 자리 걸음이다. 임금노동자의 임시고용은 민간서비스업종에서 전년 대비 8.2%가 급증했고, 건설업도 2.2%가 늘었다. 따라서 실업률 감소는 이렇게 질 낮은 일자리 증가가 주된 이유이다. 그렇기 때문에 요란하게 생색만 낸 마크롱의 노동시장 개혁정책은 일단 유권자로부터 불합격 점수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사례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한 건 2015년 초 연말정산 파동 때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기획재정부는 2013년 당시 세수 증대를 위해 중산층 기준을 3천 450만원으로 강화했다. 이 소득구간은 중위소득의 1.5배 이상에 해당하기 때문에 고소득층에 해당한다. 그러나 여론의 반발에 후퇴해 5천 500만원 구간으로 일단 한 걸음 물러났다. 정부는 이듬해 1월 1일자로 소득세법을 개정하여 연말정산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변경할 경우 추가 세수를 1조 1천 460억 원 정도 더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15년 1월 개정 세법이 적용된 연말정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기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여론주도층이 앞장서서 또 다시 정책철회를 거세게 요구했다. 부랴부랴 무마에 나선 당정은 소급(안) 적용을 발표하고 총액규모 4천 215억 원 환급에 나선다. 그런데 이 돈은 중산층(중위소득 50~150%)에게 56%, 고소득층(중위소득 150% 초과)에게 43.8%가 돌아갔다. 그리고 OECD 평균(2012년 16.3%)보다 훨씬 비중이 많은 저임금근로자(빈곤층)를 대상으로는 추가환급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2015년 연말정산 파동은 빈곤층보다는 중산층, 그리고 더 나아가 중산층보다는 고소득층에게 더욱 유리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따라서 이는 불평등 해소는커녕 소득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제도로 왜곡된 대표적 사례이다. 결국 새누리당의 20대 총선패배 원인은 겉으로 보면 공천 잘못이지만 속사정에는 이처럼 경제파탄이라는 큰 잘못이 자리 잡고 있다.
지방선거 20여일을 앞두고도 문재인 대통령의 고공지지율은 꺼질 줄 모른다. 남북정상회담 효과가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 슬로건으로 아예 지난해 대선 슬로건을 차용해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지방정부”다. 즉, 지방권력 교체를 6·13 지방선거 주요 프레임으로 내세운다. 이에 대항하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위장평화 쇼 주장에서 한발 물러나 경제실정 심판을 내세우며 핵심 키워드로 민생을 내걸었다. 지난해 대선 투표율은 젊은 층이 대거 참여하면서 77.2%이다. 지방선거는 전통적으로 55% 전후의 낮은 투표율로 자영업자와 주부들이 결정권(스윙보터)을 쥔다. 현재 실업자는 4개월 연속 100만명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취업자 증가폭은 3개월 연속으로 사상 최저 수준인 10만 명대이다. 특히 자영업자와 여성 취업이 많은 도소매·음식숙박업 취업자는 5개월 연속 감소세다. 문재인 대통령도 사실 일자리 대통령론을 표방해 557만표 차 압승을 거둔 바 있다. 모든 선거는 먹고 사는 문제가 좌우한다. 높은 대통령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안심할 수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