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를 이용한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미술품이 등장했다.
요리스 라만(Joris Laarman) 개인전 '요리스 라만 랩: 그라디언츠(Gradients·기울기)'가 6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이곳에서 요리스 라만이 디자인의 전체적인 틀을 그리면 3D프린터를 이용해 작품을 만들어 낸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크게 3가지의 3D프린터 기술이 적용됐다.
첫 번째는 기술은 3D프린터로 작은 조각들을 만든 다음에 그것들을 퍼즐 맞추듯 모아서 접착제로 붙이는 것이다.
메이커(Maker) 시리즈는 이 기술을 이용해 만든 작품들이다.
가구를 통째로 뜨는 것이 아니라 퍼즐 같은 모양의 하나하나 작은 구성단위를 3D프린터로 출력해서 이것을 조립해서 다듬는다.
첨단 기술과 수공예가 결합한 작업으로 어떻게 보면 기능성은 디지털기술에서 차용했고, 디자인은 수공예를 활용한 것이다.
두 번째 3D프린팅 기술은 분말을 정밀한 형태로 굳혀서 제작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이 적용된 마이크로스트로크(Microstructures) 시리즈는 '셀(cell·세포)'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작품은 형태는 비슷하지만 크기가 서로 다른 여러 개의 셀로 구성되어 있다.
기능상 하중을 많이 받는 곳은 작고 촘촘한 셀로 구성됐고, 하중을 적게 받는 곳은 큰 셀로 듬성듬성 처리됐다.
곡선이 많은 작품의 경우 이 기술로 작업하면 피부조직처럼 셀을 연결할 수 있어서 유연하고 아름다운 곡선을 얻을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 3D프린터 기술은 다축 금속 프린팅 기술(Multi Axis Metal Printing)로 이번 전시의 핵심 기술이다.
이 기술을 이용한 'MX3D 프린터'는 스테인리스스틸, 알루미늄, 황동 등의 금속을 층층이 쌓을 수 있어 이전에는 실현할 수 없었던 복잡한 곡선과 곡면을 공중에 구현한다.
작품의 크기 또한 기존의 3D프린터 틀을 벗어나, 로봇팔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무한대로 큰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즉 기존에는 프린터 틀 안에서 피규어처럼 작은 것을 만들었다면, 로봇팔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작품을 만들어 낸다.
또한 단단한 금속 소재를 프린팅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드래곤 벤치(Dragon Bench)와 그라디언츠 스크린(Gradient Screen) 시리즈는 이 기술을 적용해서 공중에서 철 구조물을 만들어 낸 작품이다.
또한 요리스 라만 랩은 MX3D 프린터를 이용해 암스테르담에 길이 12.5m, 폭 6.3m의 다리를 완공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실용적인 건축 및 사회 기반 시설 분야로까지 확장 가능한 기술임을 증명한다.
2층에 전시된 신작인 '튜링 테이블(Turing Tables)'은 저명한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 1912-1954)의 이름을 딴 연작이다.
튜링은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패턴들이 일종의 화학 반응 때문에 생성되었다고 주장했고, 이는 나중에 자연에 나타난 줄무늬, 나선무늬, 소용돌이무늬 등을 발견함으로써 입증됐다.
요리스 라만 랩은 MX3D 프린터로 황동과 스테인리스스틸을 혼합해서 출력하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이것을 이용해 '튜링 패턴'이라 불리는 소용돌이무늬를 구현했다.
요리스 라만 개인전은 미술이 3D 프린터라는 기술과 접목해 진화하는 현대의 새로운 디자인 방법론을 제시함과 동시에 철저한 계산에 의해 만들어낸 극치의 심미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