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은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 중 가장 우수한 자본적정성 지표를 나타냈다. 2016년 미래에셋대우(옛 KDB대우증권)를 인수한 덕에 적격자본이 2배 이상 확대됐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가 없었을 경우 가장 열등한 지표를 기록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M&A가 '신의 한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주경제가 금융감독 당국이 공개한 평가 기준에 따라 각 금융그룹의 통합 자본적정성을 추산한 결과 미래에셋그룹이 수치 상 최고 우등생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1등의 영예와 어울리지 않은 구석이 적지 않다.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자기자본보다 금융계열사 출자액이 더 많아 사실상 손실흡수능력이 약한 수준이다.
금융계열 출자액을 보면 캐피탈은 1조1795억원, 자산운용은 6313억원으로 각각 자기자본인 8470억원, 1577억원보다 많다. 그룹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탓이다.
다만 통합 자본적정성은 금융그룹 전체로 판단하기 때문에 계열사 한두 곳이 위태롭다 하더라도 다른 계열사의 적격자본이 많을 경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미래에셋그룹의 경우 미래에셋대우가 그룹 전체의 적격자본을 확대하는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해냈다. 미래에셋대우의 적격자본은 2조8164억원으로 그룹 전체 적격자본(3조8501억원)의 74.32%를 담당한다.
미래에셋대우를 제외하고 자본적정성 비율을 따져보면 173.18%로,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 중 가장 낮은 비율을 기록하게 된다.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대우 덕에 적격자본을 대거 확보한 셈이다. 자본적정성 비율이 우수한 삼성금융그룹과 교보그룹이 계열사 한 곳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계열사의 적격자본이 충실하게 축적된 것과 크게 다른 상황이다.
미래에셋대우는 2016년 미래에셋그룹에 전격 합류했다. 종전 대주주였던 산업은행이 공기업 민영화 기치를 든 상황에서 미래에셋그룹이 기회를 잡았다.
당시 미래에셋그룹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대형 M&A라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대우를 인수한 덕에 자본적정성 고민을 대거 해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대우 덕에 단순 자본적정성 수치 면에서 다른 금융그룹에 뒤지지 않는다"며 "다만 미래에셋대우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 미래에셋대우의 지배권이 흔들리면 금융그룹 통합감독 지표가 대거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자본적정성 비율은 금융그룹 계열사 간 자본의 중복 이용을 제외한 순수 손실흡수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산정된다. 중복계상자본을 차감한 계열사 전체 적격자본이 최소 필요 자본 대비 얼마나 많은지 나타내는 지표로, 최소 100%를 넘겨야 한다.
자기자본은 해당 금융관련법령에서 정한 자본적정성 기준에 따라 산출된 자기자본을 의미한다. 보험사의 경우 지급여력금액, 투자매매·중개회사의 경우 영업용순자본 등이다. 최소필요자본 역시 각 금융관련법령에서 규정한 최소 보유해야할 자본을 의미한다. 보험업권의 경우 지급여력기준금액이 해당된다.
금융계열 출자액과 비금융계열 출자액은 각각 해당 금융사가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의 지분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뜻한다. 적격자본은 상기 설명한 자기자본에서 출자액을 차감한 금액이며, 이를 최소필요자본으로 나눠 각 자본적정성 비율을 산출한다.
이와 관련해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자본적정성 산출기준은 앞으로 감독당국과 협의해야할 사항이라서 아직 산출결과에 대해서 언급될 단계는 아니다" 며 "또한 그룹의 자본적정성이 미래에셋대우에만 의존하고 있는 사항은 아니며 추가적인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앞으로 감독당국과 논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