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51조 규모의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중국 하이테크 산업 제재에 맞서 중국이 반격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중국 정부가 조만간 3000억 위안(약 51조원) 규모의 새로운 펀드를 발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정부 주도의 반도체 육성 펀드 조성이 미·중 무역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펀드 조성에는 국유펀드인 중국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가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펀드 측에서 비공식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투자자들 가운데는 미국의 반도체 제조사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반도체 제조사들은 미·중 간의 정치적 민감성과 중국의 반도체 발전이 자신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것을 우려, 펀드 참여 제안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중국은 앞서 자국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1300억 위안 규모의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도 만들어 고성능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글로벌 기업에 대한 공격적 인수합병(M&A)도 전개했다. 이 펀드는 지난해 말까지 약 70개 프로젝트에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제조대국을 넘어서 '제조강국'을 목표로 중국이 추진하는 첨단분야 10대 핵심산업 육성 프로젝트인 '중국제조 2025'의 일환이다.
중국이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 제조업을 육성해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제조 2025'를 정조준해 '중국이 기술 도둑질을 하고 있다', '정부가 불공정 개입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중국의 2014년 반도체 펀드에 대해 "국가 전략목표를 충족하기 위한 펀드 조성에 중국 정부가 깊게 관여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중국제조 2025를 정조준 해 의료, 항공, 반도체 기계, 정보통신(IT), 산업용 로봇, 화학 등 1300여개 품목에 걸친 중국산 수입품에 500억 달러 상당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미국 상무부도 지난달 중국 2대 통신장비업체 ZTE에 대해 미국 기업과 거래를 7년 동안 금지한다고 결정해 중국 통신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가한 바 있다.